우리는 모두 생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객관적인 상황과 팩트가 있어도 그것을 바라보는 생각은 모두 다릅니다. 유명한 예시가 있죠. 물컵에 물이 반만 들었을 때 그것을 보고 혹자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수만 가지 색으로 이뤄졌어도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은 온통 빨간색입니다. 다른 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살까요. 심리학계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황을 해석하는 사고의 기본 틀, 즉 생각의 뿌리가 다릅니다. 이 생각의 뿌리를 '스키마'라 부른다는데요. 스키마는 타고난 기질과 어렸을 때의 경험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거듭되고 자신의 기질에 따라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반복하면 특정한 생각이나 가치관, 믿음이 자리잡게 되죠.
2020년 출간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다산초당 발행)는 이런 스키마를 주로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얘기합니다. '나', '주변 사람들', '내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나뉜다는 것이죠. 저자인 정정엽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어릴 때는 타인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고, 타인에 대한 인식이 나와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순서가 달라지죠. 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드러워지고, 실제 관계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그렇다면 스키마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정 전문의는 핵심적 기질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고 해석할지는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에 갖고 있던 틀 안으로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이 유입될 경우 스키마의 구조가 변화됩니다. 기존 생각을 흔들고, 반기를 들게 만드는 경험을 하면 할수록 생각의 뿌리는 약해집니다.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황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미 갖고 있는 스키마, 생각의 뿌리입니다. 정 전문의는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뿌리가 뭔지 찬찬히 생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이것만 알아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 참고 문헌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다산초당 펴냄), 정정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