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말까지 코로나19 병상을 1만여 개 늘리기로 했다. 추가 병상을 운영할 의사와 간호사 1,200여 명도 파견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이후 하루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 선을 넘고 의료체계 붕괴 경고음이 울리자 뒤늦게 내놓은 병상과 인력 확충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 당시 이미 이런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상을 늘린 만큼 충분한 의료인력을 배치할 수 있을지, 목표 달성에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어떻게 버텨낼지, 오미크로 변이가 확산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내년 1월 말까지 코로나19 병상을 1만여 개 늘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상회복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병상 확충 및 운영계획’을 22일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앞서 정부가 병원들에 내렸던 병상 확보 행정명령과 일부 병원의 자발적 참여로 이달 말까지 우선 4,667병상(의료기관 2,255병상, 생활치료센터 2,412병상)을 확보한다. 다음 달 말까지 6,944병상(중증·준중증 1,578병상, 중등증 5,366병상)을 추가로 확충한다. 여기엔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보훈병원 한 곳, 산재병원 한 곳을 통째로 비워 만드는 499병상,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추가 행정명령을 내려 확보 예정인 622병상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비상 조치로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왜 이제서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전환 당시에 비상계획으로 미리 준비됐어야 하는 방안들”이라며 “지금 병원들은 기존 행정명령도 버거운데 추가 병상이 얼마나 현실화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새로 확충되는 병상이 실제 운영되기까진 적어도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환자를 옮기고 병상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준비를 시작해도 1월 중순은 돼야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수 있단 얘기다. 그때까진 지금처럼 매일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추가 병상 운영을 위해 정부는 의사 104명, 간호사 1,107명을 파견한다. 추가 병상 수 1만여 개를 감안하면 부족하다. 또 이번 수치엔 한 번 파견됐다 재배치되는 인력도 포함돼 있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차출된 인력이 많아서 새로 올 사람은 많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구나 이렇게 지원되는 의사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가 많다. 의대를 갓 졸업했거나, 전공이 전혀 다른 분야일 경우 등을 감안하면 모두 주치의 역할을 맡기긴 어렵다.
결국 부족한 의료인력은 병원들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 일반 진료 인력 일부를 빼내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긴급하지 않은 외래 진료나 수술은 일정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 피해는 물론, 병원 내에서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병원들 인력 확보를 돕기 위해 정부는 파견 인력을 해당 병원이 채용할 경우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병원에 지급되는 손실보상금 일부를 의료진 추가 수당으로 활용하도록 지침을 강화하고, 내년 1월부터 병원 소속 인력에게 월 150만 원 내외로 지급되는 감염관리수당을 신설할 계획이다. 파견 인력이 정규직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는 구조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번 계획은 △1월 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8,400명에 이르고 △확진자의 2.5%(11월 4주 기준)가 위중증으로 진행되고 18.6%가 입원하는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는 두 가지 가정하에 마련됐다. 이 가정 아래 계산을 해보니 1월 말까지 1만1,621병상을 더 확보하면, 확진자 발생이 하루 1만 명씩 이어져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손 반장은 “오미크론의 확산 추이를 그렇게까지 높게 잡지 않고 단기간 예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오미크론 전파는 크게 늘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확산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미크론이 고령층으로 전파되면 중증화율이나 입원율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동혁 질병청 위기대응연구담당관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유행 규모 변동 가능성은 있다”며 “오미크론 영향을 반영한 예측은 전문가들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총 23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