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과거 '게임중독법' 반대...그래도 학부모 표 안 떨어졌다"

입력
2021.12.22 09:00
이재명,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출연
"중독법 논쟁 당시 참모들 반대에도 업계 편 들어"
"게임은 놀이...시민들 게임에 대한 인식 높아져"
"확률형 아이템 공개 필요...게이머 위해 운영해야"
게이머들 위해 상무에 e스포츠단 창설 뜻 내비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게임을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 일명 '게임중독법'으로 불리는 '4대 중독법'을 추진했던 신의진, 손인춘 전 의원 등이 합류하며 게임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역풍이 부는 가운데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2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경기 성남시장, 경기지사 재임 당시 '4대 중독법'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게임 셧다운제(이용시간 제한)나 4대 중독법 지정 논쟁 때 게임업체 편을 들었다가는 학부모 표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로 참모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결론은 표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정책과 관련해 우리의 시민의식을 믿는다. 시민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수용성이 뛰어나다"며 우리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이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게임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면 질병으로 치료해야 하니 분류하는 게 맞는데, 저는 게임을 놀이라고 본다"면서 "게임은 놀이로서 이미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을 하다 과몰입하는 사람이 있고 범죄적 경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꼭 게임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극단적인 예외 사안을 이유로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을 정보기술(IT) 산업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이 콘텐츠 산업 가운데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우리의 먹거리는 문화산업인데, 콘텐츠 산업의 하나로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 고객을 '봉'으로 아는 사고로는 성장하기 어려워"



이재명 후보는 최근 게임업계 최대 현안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과 관련해 규제를 지지한다면서 "고객이 떠나면 끝이다. 고객을 '봉'으로 아는 사고로는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게임사와 게이머 간 '트럭 시위' 등 충돌이 발생한 것을 두고 "(게임의) 기술적인 면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성패는 내용(콘텐츠)과 고객 서비스(운영)에서 갈린다"면서 "고객을 존중하지 않고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게임에 대한 신뢰가 통째로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는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억대를 투자해도 아이템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례도 있는데 그런 건 사실상 사기이고 거래 기만이니 제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운영 전반에 걸쳐 '이용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기업체와 개발자, 전문가 외에도 이용자를 정치적 주체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공정성에 민감한데, (게임 이용자로서는) 게임 내에서도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게임 내 경쟁과 성장 욕구를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게임도 잘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철야모드' 두고 "문명사회에 맞지 않는 노동착취"

이 후보는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철야모드'에 대해 "(게임업계에서) 너무 과중한 노동으로 실제로 노동자가 죽어나가기도 했다"며 "과도한 노동착취"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6년에만 한 게임사에서 일주일 넘게 연속 철야근무를 하는 일명 '크런치모드'에 시달리던 노동자가 연달아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게임업계 전반에서 행해지는 '크런치모드'를 두고 IT회사가 몰려있는 판교에서는 건물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 '판교의 등대'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120시간 노동' 발언을 언급하면서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철야를 일주일 내내 하면 119시간이다. 이만큼 일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노동자도 사람이다. 사용자도 절실한 상황이면 추가 인력을 구해야지 현대문명사회에서 맞지 않는 수준의 과도한 노동착취를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탄력근로제 등을 활용하면서 사용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그런 방식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스포츠, 게임 인식 개선에 도움...상무팀 안할 이유 없다"


이재명 후보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e스포츠(게임 대회)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바둑이 스포츠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지금은 부인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e스포츠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스포츠를 위한 상무팀 창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e스포츠의 경우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초반에 오고 경력이 일찍 마무리되는 편이라 활동 기간이 군 복무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군 면제보다는 입대를 하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상무 e스포츠단을 설치하고 해외대회에 출전하는 등 국가에 기여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 상무팀과 유사한 전례로는 과거 공군이 홍보 목적으로 일시 운영한 '공군 에이스'가 있다. 입대하는 현역 프로게이머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스타크래프트 팀단위 리그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2012년에 해체했다.

한편 'G식백과' 측은 이 후보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가진 인터뷰를 23일 공개할 예정이다. 윤석열 후보와 인터뷰도 추진했지만, 윤 후보 측이 출연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무산됐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