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0일 충남 논산 화지시장에서 당의 쇄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지면서 비대했던 선거대책위원회는 물론 민주당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다. 이후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한 용광로 선대위는 이 후보 측근 중심의 '몽골 기병대'식 선대위로 재편됐다.
정책과 메시지도 달라졌다. '조국 사태'에 고개를 숙였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등을 꺼내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조건 옳다"는 여권을 상징하는 독선·오만 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이 후보가 강조하는 쇄신의 출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지방선거 압승 후 참모들에게 강조한 세 덕목(유능함·도덕성·태도)"이라며 "부동산 실정, 조국 사태, 독선적 태도로 이들 덕목이 훼손되며 정권심판론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의 '쇄신 행보' 이후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14~16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대선후보 4자 대결 조사에서 이 후보는 36%, 윤 후보 35%였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42%)가 이 후보(31%)를 11%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을 감안하면, 박빙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이 후보 지지율은 지난 한 달 동안 4%포인트(77→81%) 상승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국민의힘 선대위 내홍이 지속되면서 당내에선 연내 골든크로스에 대한 기대도 감지된다.
다만 이 후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재명표 쇄신이 지지율 상승세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박스권 돌파 조짐이 있어야 한다"며 "'하락세가 멈췄다'가 적합한 표현"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통해 '산토끼' 확보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친문재인계 한 민주당 의원은 "야권 우위 구도는 여전하다"며 "여론조사에서 5%포인트 이상 앞서야 실제 대선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중원 공략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보유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를 외치다, 돌연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을 주장하거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더니 갑자기 "공·과(功過)가 공존한다"고 밝히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잦은 말 바꾸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 신뢰도는 물론 국정운영자로서 안정감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중도층에는 거부감을 부를 수 있다. 민주당에선 "방향은 맞는데, 우회전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의 과도한 정책적 유연성은 집토끼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전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최근 방송에서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재명은 합니다'가 핵심 슬로건인데,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초·재선 중심으로 선대위가 슬림화한 이후 이 후보만 보인다는 지적도 많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이 중도 성향의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인사들이 보완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