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지만....‘오미크론 비상’에 실종된 지구촌 새해맞이 행사

입력
2021.12.21 17:33
美 뉴욕 '볼드롭' 행사 취소 고민 중
유럽은 폭죽 대신 '방역 강화' 선택
지구촌 송구영신 적막만 감돌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지구촌의 2021년 마지막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염병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연말연시에 열릴 예정이던 각종 축제가 줄줄이 ‘올스톱’된 탓이다.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떠들썩했던 예년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컸지만, 전염력 강한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에 올해도 적막만 감도는 송구영신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市)는 타임스스퀘어 신년 축하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가운데 대형 크리스털볼이 떨어지는 ‘볼드롭’ 행사는 ‘새해맞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계적인 초대형 이벤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원년인 지난해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의료진과 그 가족 등 극소수 시민들만 초대해 비공개 행사로 진행했다. 올해의 경우 백신 접종자의 참석을 허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이 100% 돌아왔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맹위를 떨치면서 한 달 만에 번복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미국 카운티 중 인구가 가장 많은 LA카운티 역시 시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유럽은 새해맞이를 기뻐할 여력조차 없다. 델타 변이 기세가 꺾이기도 전에 오미크론 변이마저 '빛의 속도'로 확산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전날 비상 체제에 돌입한 영국은 런던 트래펄가광장 신년맞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하루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신규 확진자(9만1,743명)가 나오는 등 암울한 지표가 이어지는 탓이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이번 겨울 보건의료 서비스가 압도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런던에선 매년 12월 31일 자정이 되면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의 종탑 ‘빅벤’이 울리고 트래펄가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작별)’을 부르며 새해를 맞는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말에도 행사가 취소되면서 조용히 새해를 맞게 될 전망이다.

다른 유럽 나라들도 폭죽을 터뜨리는 대신 ‘변이와의 전투’를 택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파리, 로마 등 주요 도시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다. 일부 지역은 공공장소에서 연회와 음주 등을 규제하는 등 고강도 규제 시행에 나섰다. 독일 역시 사적 모임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감염률이 높은 주(州)는 대형 행사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트클럽 폐쇄와 사적 파티 제한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신년 행사 취소’ 대열에 합류하는 국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이와 달리 대대적인 연말연시 행사를 준비하는 도시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그 주인공이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각 명소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를 앞두고 두바이 전역의 호텔이 꽉 찼다는 게 현지 매체의 설명이다. 다만 국가비상사태·재해 관리청(NCEMA)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참석 인원을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80%로 제한하기로 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96시간 이내에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한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