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뇌졸중ㆍ심부전ㆍ사망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소령 교수, 안효정 전임의)과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심방세동 환자의 운동 습관과 뇌졸중·심부전·사망 발생 위험을 연구한 결과다.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로 뛰는데,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병이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다. 부정맥 가운데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頻脈)이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돌연사할 가능성이 높고, 뇌졸중도 일반인보다 5배가량 많이 발생한다. 심방세동이라면 항응고 치료, 항부정맥제, 심방세동 전극도자 절제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행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5~7배, 심부전은 2배, 사망은 1.5~3.5배 높다. 따라서 진단과 동시에 이러한 심혈관계 질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과 심방세동 관련 증상, 재발, 부담률 감소와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는 많았다. 그러나 심방세동 진단 후 운동 습관 변화와 관련된 심혈관 질환 결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진단 후 운동 습관 변화와 뇌졸중, 심부전 및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2010~2016년 새로 진단받은 심방세동 환자 6만6,692명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운동 습관 변화에 따라 △지속적 비운동자(30.5%) △신규 운동자(17.8%) △운동 중단자(17.4%) △운동 유지자(34.2%) 4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이후 약 4년간 이들의 뇌졸중, 심부전 및 사망 발생률을 추적했다.
그 결과, 신규 운동자 그룹과 운동 유지자 그룹은 지속적 비운동자 그룹보다 심부전 위험이 각각 5%, 8% 낮았다.
또한 심방세동 진단 전후에 언제라도 운동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운동하지 않는 것보다 사망 위험이 17~39% 낮았다. 운동 중단자는 17%, 신규 운동자는 18%, 운동 유지자는 39% 순이었다.
뇌졸중의 경우 운동자 그룹에서 10~14% 위험도 감소 경향이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최초로 심방세동 환자에게 최적인 운동의 종류 및 강도를 밝혔다. 중등도 강도 운동인 빠르게 걷기, 보통 속도로 자전거 타기, 엎드려 걸레질하기 등을 1주일에 170~240분 하거나 고강도 운동인 달리기ㆍ에어로빅ㆍ등산 등을 1주일에 140~210분 하면 가장 큰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처럼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과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 같은 중요한 임상 결과와 연관성을 살펴본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최의근 교수는 “운동 같은 생활 습관 교정이 심방세동 환자의 심부전,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고 뇌졸중 위험 감소와도 잠재적으로 관련될 수 있음을 밝혔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를 토대로 진료실에서 새로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심박 수가 빨라질 수 있는 운동이 해롭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도록 권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 IF 11.069)’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