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 논란에 전보 발령… 法 “사실상 징계, 소명 기회 줬어야”

입력
2021.12.21 12:00
후배의 본부장 승진에 공개적 불만 표출
“같이 일 못 한다” 요청에 영업부장 전보
법원 “사실상 문책… 징계절차 지켰어야”

하극상 논란을 일으킨 지사장을 다른 지역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내는 과정에서 해명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면 ‘부당 전보조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식만 인사명령일 뿐 사실상 징계처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소독·방제서비스업체 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발단은 세스코 대전동부지사장이던 A씨와 대전서부지사장이던 B씨 간 갈등이었다. 2016년 12월 회사가 권역별 지역본부를 확대하면서, 신설된 충청지역본부장 자리에 A씨의 입사 후배로 2살 어린 B씨가 승진 부임한 것에 A씨는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전지사장 시절부터도 B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A씨는 본부장 취임식이나 지사장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하극상’을 벌였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본부장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내가 그만두든 본부장이 그만두든 해야겠다”고 반말을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B씨 악수를 거절하는 식이었다.

참다 못한 B씨는 이듬해 3월 회사 전무에게 “A씨가 무례를 일삼고, 지시도 따르지 않고, 고객사 방문횟수가 매우 부진한 등 함께 일하기 어렵다”며 지사장 교체를 요청했다. 결국 회사는 그해 11월 A씨를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다.

세스코는 기존 지사장의 직무수행이 부적절하거나 영업성과가 떨어지면 지사장을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하고, 다시 성과를 내면 지사장으로 복귀시키고는 했다. A씨 사례도 ‘문책성 인사’였던 셈이다. A씨는 이런 인사발령이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받아들여졌고, 중노위도 ‘부당전보’라는 판단을 유지하자 회사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에 대한 전보 발령이 사실상 징계에 해당하는데도,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회사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상 ‘전직’도 징계의 한 종류로 예정돼 있고, 징계처분에는 소정의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며 “전직에 대해 A씨에게 소명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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