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원회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에 폭발해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벌인 데 이어 자신을 비하하는 유튜브 영상 링크를 배포한 조 최고위원에 거취표명을 거듭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내놓지 않자 압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6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해놓은 것 보니 기가 찬다"며 "더 크게 문제 삼기 전에 깔끔하게 거취 표명하라"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그로부터 6시간 전인 자정쯤 조수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 글이 링크됐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 링크를 몇몇 기자에게 보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조 단장은 "오늘 하루 출입 기자 분들의 전화, 문자만 200개 정도 받았다. 아침 상황(이준석 대표와 충돌)이 정리가 잘 된 것이라는 문자와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통화를 요청하는 출입기자 세 분에게 전달해드렸다"며 "여유가 없어 벌어진 일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님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유가 없어 당대표 비방하는 카톡을 언론에 돌린 건, 이재명 후보가 누구 돕다가 음주운전 했고 누구 변호하다가 검사사칭 했다는 이야기랑 같은 맥락"이라며 "전화하는 기자에게 가세연 링크를 '보지도 않고' 던져요? 도대체 우리 공보는 가세연 영상을 왜 보고 있으며 공보의 역할이 기자에게 가세연 링크 던져서 설명하는 방식입니까? 후보자 배우자 문제도 이런 수준으로 언론대응 하시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조 최고위원의 언론 응대 문제가 드러난 건 전날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이 대표는 이날 "도대체 조수진 공보단장은 왜 공보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들에게 전송하고 있느냐"면서 언론인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유했다.
해당 화면에는 조 최고위원이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하는 한 보수 유튜버가 만든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 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유튜브 링크를 전송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대표는 "본인이 직접 이런 방송 찾아보고 전송하고 있을 만큼 선대위 업무가 한가하냐"며 "퇴근도 못 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보다가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느냐. 언론인들도 얼마나 당혹스러우면 이렇게 알려오겠나"라고 했다. 가세연 측은 현재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대표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 "게다가 아침에 사과하고 저녁에 도발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후보의 활동을 알리고 상대의 부적절한 의혹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해야지 이게 뭐냐"며 "그냥 알아서 거취표명 하시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그 여진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지만, 양측 갈등은 봉합되기는커녕 되레 그 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MBC 취재진과 주고받은 문자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이) 오늘 아침 조롱조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 한 줄 들어 있는 변명을 올린 걸 보고, 자기가 내려놓는가와 관계없이 아무 의미 없는 자리(상임선대위원장)는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아침 취재진에게 오후 4시 이준석 대표의 긴급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라고도 알렸다.
사실 두 사람의 갈등은 전날 아침부터 드러났다. 오전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와 조 단장은 선대위 지휘 체계를 놓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의혹 제기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 단장이 윤 후보의 전언 형식으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요청하자 이 대표가 공보단 부실 운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부 보도에 등장하는 '윤핵관'이라는 익명 인터뷰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조 단장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단장이 "나는 후보 지시만 따른다"고 맞섰고,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이 대표)이 아니면 누구 지시를 듣는다는 것이냐"고 받아치며 고성이 오갔다.
당시 이 대표는 '쾅' 소리가 들릴 만큼 책상을 내려친 뒤 회의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 업무에 맞는 것을 제가 지시했는데 본인이 상임선대위원장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고, 조 단장은 일부 언론에 "일련의 상황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