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곤란하면 "1년 미루자"... '실용'인가 '선거용 조삼모사'인가

입력
2021.1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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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공시가 인상 ②가상자산 과세
③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증세 부담에 전부 '1년 유예' 추진
"왜 1년인지"는 명확히 설명 안해

'일단 1년 유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자주 꺼내는 승부수다. 일관성·예측가능성이 중요한 세금·재정 정책을 놓고 "1년만 미루자"고 요구하는 일이 잦다.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가상자산 과세 등 증세가 예고된 문재인 정부 정책마다 이 후보가 제동을 건다.

이 후보는 '왜 1년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1년 뒤에는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구상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임기는 1년이 아니라 5년이다. "내년 대선일(3월 9일)을 넘기고 보자는 게 아니냐" "선거용 조삼모사 아니냐"라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이 후보는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증세에 반발하는 민심'과 '정책 일관성을 지키려는 정부' 사이에 끼어 있는 처지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설득하기보다는, '실용'을 명분으로 결과적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선택을 했다. 확고한 국정철학을 갖고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국가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 가상자산 과세도 "1년 유예"

문재인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를 약속했다. 대선을 앞두고 집값 급등으로 인한 각종 세 부담 급증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은 20일 국회에서 공시지가 당정 협의를 열고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단,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시가를 끌어올리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은 유지하기로 했다. 공시가 인상을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정부가 공언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1년간 유예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청와대가 "겨우 진정시킨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양도세 완화에 끝내 반대하자, '1년 유예'라는 타협안을 낸 것이다. 이 후보는 "한시적 중과 유예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이 후보는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과세 시점도 1년 미루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강한 의지에 따라 이달 초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행보를 '유연성'이라 홍보한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20일 한국일보에 "정책 일관성과 원칙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이 후보의 차별점"이라며 "유연한 실용주의 행보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 직속의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장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방향은 맞았지만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부작용과 역풍이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이 후보의 '1년 유예' 정책을 옹호했다.


"1년 뒤엔 본모습 나오는 것 아니냐" 우려도

서울은 민주당의 전통적 아성이지만, 이 후보는 서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집값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증세에 반발하는 민심에 이 후보가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감세 드라이브는 이 같은 상황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가 없는 '1년 한시 감세'는 정책 일관성을 해친다. 1년 뒤엔 조세 저항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을 1년간 한시적으로 묶어 둔 채 공시지가 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2023년엔 2년치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체감 보유세가 급등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동산 감세는 얼마 전까지 민주당이 ‘기득권 지키기’ ‘부자 감세’라며 극렬히 반대했던 사안"이라며 "과거에 대한 평가도 없이 갑자기 말이 바뀌니 진정성 없는 선거용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