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이름값을 했다. 우리나라가 최근 5년간(2016~2020년) 전 세계에서 무기 수출을 9번째로 많이 한 국가로 오르며 K방산의 존재감을 입증한 것이다. 올해 성사된 4조 원대 지대공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의 아랍에미리트(UAE) 납품과 최근1조 원대 규모의 K9 자주포의 호주 수출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 만큼 다음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발간한 '2021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직전 기간(2015~2019년) 10위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한 단계 오른 9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지켰고, 러시아·프랑스·독일·중국·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만든 무기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오세아니아(55%)에 수출됐고 유럽(23%), 중동(14%) 순이었다.
K방산의 성장세도 매섭다. 전 세계 점유율은 2.7%로 지난 2011~2015년 대비 210%, 2001~2005년 대비 649% 급증했다. 우수한 성능을 갖춘 국내 무기 개발이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 600여 문을 수출한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터키,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와 T-50 고등훈련기(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라크 등),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중동)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 강국'으로서 영국, 노르웨이에 군수지원함, 동남아 지역에 잠수함과 호위함 수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뛰어난 가성비와 방산업체의 애프터서비스(AS) 정신이 꼽힌다. 아무리 성능이 우수해도 가격이 비싸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K9 자주포의 라이벌인 독일의 팬저하우비츠(PZH2000)는 고가라는 이유로 K9과의 경쟁에서 늘 밀렸다.
또 구입하면 수십 년을 사용하는 무기체계는 구입비용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구입 당시 AS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싼 맛에 중국제 무기를 샀다가 잔고장에 고생하거나 영미권이나 유럽의 선진국 무기를 사고도 수리·보수에 애를 먹은 국가들이 꽤 있다"며 "우리 업체들은 수출 후에도 성의있는 부속품 보급, 수리 등으로 입소문을 많이 타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못지않게 수입도 많이 하고 있다. 같은 기간(2016~2020년) 무기 수입 순위에선 7위를 차지했다. 수입 무기의 58%를 미국에서 사들였다. 하지만 무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무기 수출액이 수입액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을 수행할 당시 "우리나라가 올해 처음으로 무기 수출액이 무기 수입액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신조 총리 재임 당시였던 2013년 '무기수출 금지' 원칙을 깨고 국제 방산 시장에 뛰어든 일본은 수출 상위 25개국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가와사키, 미쓰비씨 등 일본 방산업체의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수출 실적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