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냉랭한 반응을 보여온 서울 민심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지난달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포인트 이상으로 앞섰지만 이달 들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턱밑까지 따라붙으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대혼전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서울 민심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동산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이 후보 측 분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 18일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서울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41.2%, 윤 후보는 39.0%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지난 한 달간의 추이를 보면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 후보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반면 윤 후보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KSOI가 11월 12, 13일 실시한 조사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52.5%를 기록해 이 후보(30.9%)를 21.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같은 달 26, 27일 조사에서 윤 후보는 44.3%, 이 후보는 36.0%로 두 후보 간 격차가 한 자릿수대(8.3%포인트)로 좁혀졌고, 12월 10, 1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미 윤 후보(41.2%)와 이 후보(37.2%) 간 격차는 오차범위(6.2%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다른 조사 결과에서 유사한 추이가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달 8, 9일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후보 47.1%, 이 후보 27.6%를 기록, 두 후보 간 격차는 19.5%포인트였다. 같은 달 22, 23일 조사에서 윤 후보 40.5%, 이 후보 29.6%를 기록했고, 12월 6, 7일 조사에서는 윤 후보 36.8%, 이 후보 34.6%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6.2%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역대 선거에서 서울 민심은 특정 정당을 무조건 밀어주지는 않았지만, 젊은 층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진보진영에 좀더 힘을 실어줬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을 제외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에게 유일하게 진 지역이 서울(박 후보 48.2%, 문 후보 51.4%)이었다. 보수 정권이 탄생할 당시에도 진보 진영에 표를 더 많이 얻은 지역인 만큼 민주당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서울에서 지면 필패"라는 견해가 많다.
민주당은 2016년 지방선거,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득표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급등에 따른 직격탄을 맞으면서 민심은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의 득표율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39.2%)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최근까지도 당시 격차(18.3%포인트)는 그대로 이어져왔다.
지난 한 달간의 서울 민심을 두고 크게 두 갈래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가 11월 5일 선출 이후 한 달간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내홍을 겪었고 최근에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까지 불거져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윤 후보가 선출 이후 정권교체 열망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실망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에선 이 후보가 부동산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의 반대에 직면하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중과유예 등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국갤럽,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