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 대만, 홍콩. 입에 올릴라치면 중국이 눈을 부릅뜨고 쏘아대는 민감 이슈 ‘삼대장’이다. 중국은 이를 핵심이익, 내정이라 부른다. 신장 인권 문제가 먼저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과 앵글로색슨 동맹국들이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의 명분으로 내세워 매서운 펀치를 날렸다.
18일 대만 국민투표, 19일 홍콩 입법회 선거를 잇따라 치렀다. 중국은 설욕을 곱씹었다. 눈엣가시 대만 차이잉원 정권을 추락시킬 기회를 잡았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여론이 15% 이상 앞섰다. 미국과 대만 사이를 떼어놓기에 이만한 호재가 없었다.
반전이 일어났다. 대만 유권자들은 미국과 결속한 차이 정권을 흔들려는 야당을 심판했다. 미국의 승리, 중국의 패배였다. 투표율이 75%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총통 선거 때의 열기는 시들었다. 하지만 반중 정서는 뿌리 깊었다. “중국과의 관계는 끝났다. 뭐가 두렵나.” 당시 선거 취재하러 갔다가 타이베이 도심에서 만난 대만 청년의 호기는 여전히 유효했다.
홍콩 선거는 달랐다. 기울어진, 아니 수직으로 뒤틀린 운동장에서 경기를 벌였다. 홍콩 보안법과 선거제 개편으로 출마가 원천 봉쇄됐다. 민주진영 후보들은 링에 오르지도 못했다. 경쟁은 사라졌다. 민주에 대한 열망을 애국주의 그늘이 뒤덮었다.
친중 진영이 90석 의석을 싹쓸이했다. 중국이 짜놓은 각본대로 애당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성난 유권자들은 투표율을 역대 최저인 30%로 떨어뜨려 치욕스러운 부관참시 이벤트에 동조하길 거부했다. 중국 특색 민주주의에 집착하는 사이, 홍콩의 실질적 민주주의는 주권 반환 2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아슬아슬한 역전승은 짜릿함을 안겼다. 반면 우열이 너무나 뚜렷한 불계패에는 맥이 빠졌다. 중국은 1승 1패의 멋쩍은 성적을 거뒀다. 대신 필승 공식을 확인했다. 가슴 졸이는 단판승부보다 압도적 우세를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질식시키는 편이 수월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대만은 결국 집으로 돌아올 나그네"라고 자신했다. 홍콩 다음 표적을 향해 중국은 또다시 진군나팔을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