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한 지붕 두 사장'...구본환 8대 사장 "조만간 출근"

입력
2021.12.20 14:40
"공동대표 아닌 각자 대표 체제 원해"
영종도 외 지역에 사무실 마련할 듯
지난달 해임 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구본환(61) 제8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앞서 최창학 사장이 승소해 복직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처럼 '한 지붕 두 사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구 사장은 후임 김경욱(55) 제9대 사장과 직무를 나눠 사장직을 수행하는 '각자 대표'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4월 15일까지다.

구 사장은 20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지난달 해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대통령 처분이 백지화돼 대표권이 회복된 데 이어, 이달 7일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도 법원에서 인용해 8일부터 사실상 복직된 것"이라며 "(해임 처분 집행 정지는) 2심 확정 판결시까지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명예는 이미 회복됐지만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그 취지를 따르기 위해 공사 측에 (출근하기 위해) 사무실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며 "사무실 위치는 김 사장이 있는 영종도가 아닌 곳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공사 관련 결재나 계약 시 사장 2명의 서명이 필요한 공동대표 체제는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김 사장이 업무를 잘해왔고 공동대표 체제는 효율적이지 않아 바라지 않는다"며 "직무를 분배하는 각자 대표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 사장 업무 복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구 사장은 2019년 4월 3년 임기로 취임했지만 지난해 9월 29일 해임됐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에 따라 그달 24일 해임안을 의결한 지 4일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국토부가 공개한 해임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구 사장이 2019년 10월 2일 태풍 대비 명목으로 국정감사장을 떠난 뒤 사적 모임을 갖는 등 비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는 구 사장이 당시 일정을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고도 판단했다. 국토부는 부당 인사를 당했다며 항의 이메일을 보낸 직원에 대한 부당 징계(직위 해제)를 지시해 인사권을 남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공사 안팎에선 그러나 정부가 '인국공 사태' 책임을 물어 구 사장을 해임했다는 목소리도 컸다. 공사는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직원과 취업 준비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구 사장은 해임 직후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약 1년 만에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는 지난달 26일 구 사장이 허위 보고했거나 인사권 남용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부법무공단은 1심에 불복해 이달 10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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