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드러낸 '새끼 호랑이' 찰리... '판박이' 우즈 부자 11연속 버디 잡으며 준우승

입력
2021.12.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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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뿐 아니라 파워 넘치는 스윙과 역동적인 세리머니, 그리고 티를 뽑는 동작과 샷을 한 후 클럽을 돌리는 모습까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ㆍ미국)의 아들 찰리(12)는 피를 속일 수 없는 '새끼 호랑이'였다. 비록 우승은 존 댈리(미국) 부자의 몫이었지만 골프 팬들의 시선은 온통 11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한 우즈 부자에게 몰렸다.

우즈 부자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 대회에서 이글 하나에 버디 13개를 묶어 15언더파 57타를 쳐 최종합계 25언더파 119타로 존 댈리 부자에 2타차 2위로 마쳤다.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입고 등장한 우즈 부자는 첫 홀부터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이날은 우즈보다 아들 찰리의 퍼트감이 돋보였다. 첫 홀에서 우즈가 버디를 잡자 파4 2번 홀에서는 찰리가 제법 긴 거리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응답했다. 파5 3번 홀에서는 우즈가 두 번째 샷을 홀컵 2m 거리에 붙이자 찰리가 이글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단독 선두까지 올랐다.

1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 우즈의 아들 찰리는 더 단단해진 경기력으로 주목받았다. 작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찰리는 드라이버 비거리도 230야드 안팎으로 늘었고 샷에 힘이 더 붙었다.

압권은 17번 홀(파3)이었다. 찰리는 연못을 바로 넘기는 과감한 티샷으로 홀 옆 1.8m에 볼을 떨군 후 이를 직접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우즈 부자는 7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무려 11개 홀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11개홀 연속 버디는 대회 신기록이다. 마지막 홀을 마친 우즈는 아들 찰리를 껴안으면서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경기를 마친 후 우즈는 “즐겁게 경기하는 것과 보기를 하지 않는 것, 두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모두 달성했다”면서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이렇게 찰리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든 것에 감사한다. 골프는 내 인생이고 다시 기회를 얻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즈는 ‘아빠 판박이’ 찰리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어 코를 비비는 동작도 똑같다”고 웃은 뒤 경기 도중 벌인 아들과의 신경전도 털어놨다. 그는 “찰리가 어제와 오늘 몇 차례나 ‘아빠 그렇게 치지 마’라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찰리에게 ‘너나 잘 쳐’라고 받아쳤다”고 귀띔했다.

이어 우즈는 "이 정도로 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7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 아들과 함께 이런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런 고통들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우즈는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두 번 다시 (PGA 투어) 풀타임 일정을 소화하진 못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자신의 현실을 돌아본 뒤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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