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2월22일 후임 승무원에 기체 이상 알리지 않아…대한항공 화물기 영국서 추락

입력
2021.12.22 05:30
1999년 12월 22일 
영국 BBC "대한항공은 최악 항공사" 보도 
이륙 직후 급선회하여 수직으로 추락

편집자주

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사고기가 마을을 덮치는 것 같았다. 굉음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으며 추락 당시 땅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

"사고기가 추락하면서 낸 굉음과 90m 이상 치솟은 불기둥 때문에 화산이 폭발하는 줄 알았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섬광에 이어 큰 폭발음이 들렸다. 주변 도로에 불붙은 잔해들이 많이 떨어졌다."

1999년 12월 22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64톤의 화물을 실은 대한항공 8059편 화물기가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한다. 하지만 이륙 직후 고도 2,500피트 상공에서 갑자기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활주로 끝으로부터 3㎞ 떨어진 인근 숲 지대에 추락하고 만다. 이륙 후 불과 3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위처럼 설명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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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결함과 정비불량…후임 승무원에 알리지 않아

대한항공 화물기 사고에 영국 현지 언론을 비롯한 해외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 타임스는 대한항공의 사고 이력을 상세하게 전하며 안전제고를 위한 국제적인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또한 대한항공의 영국 취항 금지를 검토하기까지 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4월 중국 상하이공항에서 승무원과 주민 등 9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물기 추락사고가 있었다. 1997년 8월에는 22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괌 참사도 있었다. 이러던 차에 해당 사고는 대한항공의 국내외적 이미지에 결정타를 때린 것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런던 화물기 추락사고의 원인과 관계없이 대한항공에 대해 우선 6개월간 신규 국제노선 배분을 제한했다.


2003년 7월 건설교통부는 영국 항공조사위원회와의 합동조사를 거쳐 조종사 과실과 계기판 결함, 정비불량 등이 사고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사고조사 결과 항공기는 수평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고장 났었다. 이로 인해 기장은 잘못된 정보를 받아 기체를 좌측으로 90도까지 이르도록 급선회해 비행기가 수직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었다.

이후 2004년 2월에는 승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모 보험회사가 추락 사고와 관련해 대한항공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해당 재판을 맡은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 판사)는 보험사 측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종사가 전후좌우 수평상태를 알려주는 자세계의 고장 사실을 알고도 정비하지 않은 채 다른 조종사가 이 항공기를 운항하도록 했고, 운행 조종사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운항하다 생긴 사고이므로 사고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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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기자
자료조사= 김지오 DB콘텐츠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