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차별금지법(또는 평등법) 제정을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차별금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 후보 측에 전달했다. '평등과 인권을 중시하는 대선후보'임을 강조하고, 여성 등 소수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다.
다만 '성적 지향·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는 공약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차별금지법을 극렬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 등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부분 입법'은 성소수자를 이중 차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만큼, 공약 확정 전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국일보에 "민주연구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공약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민주당 선대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 싱크탱크 차원의 입장인 만큼, 이 후보와 선대위가 흘려들을 수 없다. 이 후보의 공약은 민주연구원, 당 정책위, 선대위 정책본부 등 세 갈래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민주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일단 '낮은 단계'에서 법제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성별·장애·병력·나이·학력·전과·성적지향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종교계 일부에선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 찬성 입장을 밝힌 정치인은 그간 종교계의 '낙선 운동' 대상이 돼 왔다.
이에 민주연구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명분을 살리되, 종교계 반발을 피하는 '절충안'을 낸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당연히 해야 될 입법"이라면서도 "일방 통행이나 강행 처리 방식으로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가 빠진 채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약으로 결정되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향해 "(할 말) 다 했죠?"라고 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 부분 입법'을 공약한 뒤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단서를 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건 하고, 저건 안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 후보의 전향적 태도가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가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 공약이 이 후보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이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차별화할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는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전면적으로 법을 강제하기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아 더 검토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