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태와 윤석열의 공정

입력
2021.12.15 18:00
26면
허위 가짜 경력 의혹은  국민 감정선 건드려
변명 용인되면 윤 후보의 공정, 상식 무너져
정치인 아닌 검사 윤석열로 엄격히 대응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잠잠하던 김건희씨 관련 의혹들이 다시 불거졌다. 남편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만큼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이번에는 ‘쥴리’ 의혹과 허위 경력, 가짜 수상 의혹이다. 새로운 증언이 나온 쥴리 의혹에 공당인 민주당 인사들까지 파고 따지고 있다. 김씨 과거사는 부부간 문제일 뿐인데 지나치고 부적절하다. 그가 한국의 샤넬을 꿈꾸었다 해도 사생활 영역은 공적 검증 대상이 아니다.

김씨의 허위 경력, 가짜 수상 의혹은 이와 달리 엄중한 사안이다. 그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문제의 교수초빙 지원서에 기록된 경력은 허위였고, 수상기록은 가짜라고 YTN이 엊그제 보도했다. 김씨는 이런 의혹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정글 경쟁을 하는 한국사회에선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일은 아니다.

겸임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허위 경력과 문서 위조는 우리 사회의 공정 문제와 연결돼 있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위조된 표창장이 입시공정 문제인 것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사실이라면 불법이고 범죄이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에서 겸임교수는 교수와 동일시되고, 그 직함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영향력은 이전보다 열 배는 커진다.

김씨는 돋보이려는 욕심으로 수상 경력을 가짜로 만든 것도 죄라면 죄라고 했다. 결혼 전 일이고 공모 과정도 아닌데 문제 삼는 건 부당하다는 항변도 폈다. 이런 김씨의 주장을 용인한다면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너의 이력을 허위로 해도 된다거나, 편법으로 살아도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돋보이고 싶으면 나처럼 해보라는 것은 될 말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 열심히, 깨끗이 자신을 성찰하고 도전하며 살고 있을 많은 이들에 대한 모욕에 다름 아니다.

김씨는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해했다고 하나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는 당연히 검증대상이다. 더 엄격한 검증이 요청되는 이유는 그가 특정한 위치에 있게 되면 그런 일을 또 할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다면 그 청와대는 믿을 수 없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조폭과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람들이 꺼림직해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김씨의 학력과 경력 관련 의혹은 이번 건 말고도 열 건 넘게 나온 상태다. 기억의 착오와 불분명한 기재라고 해명하지만 착오가 반복적이라면 납득할 이는 없다.

김씨 주장들이 허용된다면 윤 후보의 대선 모토인 공정과 상식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 더 엄정해야 할 주변 문제에 이처럼 관대하다면 상대 후보를 비판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전체적으로 허위가 아니라는 윤 후보의 말은 상식적이지 않다. 가짜는 진짜 속에 허위가 살짝 섞여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김씨의 문제는 정치인이 아닌 검사 윤석열로서 대응해야 한다. 특수부 검사의 현실 감각과 원칙, 옳고 그름을 중시하는 서생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법적으로도 사문서 위조는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지는 중죄에 해당된다.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고백되지 않은 죄는 더 씻기 어려운 법이다.

물론 지금은 팩트에 둔감해진 세상이긴 하다.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정치성향, 이해관계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여론을 만드는 시대다. 그렇다고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는 이번 사안이 덮일 걸로 기대하는 건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60%에 달했는데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에 정권을 맡기는 것에 반대했다.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 꼴이 더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10년 뒤 국민의힘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태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