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련 있어 파장 크니 제출 말자" 월성원전 첫 공판서 진술 공개

입력
2021.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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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문건 삭제 공무원 3명 첫 재판
검찰 "포렌식 방지 앱 소개해 휴대폰에 설치"
피고인 측 "검찰 제출 자료 불리하게 편집돼"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공판에서 청와대를 언급한 공무원 진술을 공개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박헌행)는 11일 산업부 공무원 A(53)씨와 B(50)씨, C(45)씨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2019년 11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 감사원의 감사 사실을 알게 되자, B씨와 C씨에게 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시를 받은 C씨는 같은 해 12월 1일 밤 산업부 내부 보고자료 및 청와대 보고자료 등 530개 파일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자료 삭제를 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의 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C씨가 삭제한 자료에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가동중단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협의하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과 면담한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오해 소지가 있거나 황당한 자료는 정리하면 좋겠다는 A씨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C씨가) 인정했다"며 "원전 즉시 가동중단은 청와대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기 때문에 감사원에 제출되면 파장이 클 것 같으니 제출하지 말자고 (A씨 등이) 말했다는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서로에게 포렌식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해 휴대폰에 설치하고 대화 내용을 주기적으로 삭제했다는 진술, 일부 피고인의 온라인 대화 중 청와대 및 장관이 책임질 일인데 실무진만 감사를 받게 돼 짜증 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자료가 피고인들에게 불리하도록 편집됐다고 반발했다. A씨 변호인은 “증거조사 방식과 과정에 대해 동의했으나 증거 조사보다는 의견진술에 더 가깝다”며 “A씨가 30회 이상 검찰에서 조사받았고 끝내 진술을 거부한 것처럼, C씨도 수차례 조사를 받다 보니 진술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따졌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 행위가 마치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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