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론이 이재명 목 조른다면"... 與 "프레임을 뒤엎자"

입력
2021.1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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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 호응도, 거부도 못하는 상황
"여론조사가 잘못됐다" 등 새로운 접근법


'정권교체 민심'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앞에 놓인 거대한 벽이다.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율을 추월하지 못하는 건 유권자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권부터 바꾸자"라고 작심했기 때문이라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여당은 그래서 '정권교체 프레임' 자체를 허물고 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가'라고 묻는 여론조사를 두고 "왜곡됐다"는 식으로 낮잡거나, ‘정권 교체냐, 유지냐’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대선의 성격을 달리 규정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 최근 이 후보 주변에서 자주 나온다.


'정권교체론' 압도적인데 '文 차별화' 쉽지 않은 딜레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이달 10,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은 49.6%로, 정권 재창출 여론(39.5%)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다른 기관들의 조사에서도 정권교체론이 50~60%에 이른다.

이 후보는 조국 사태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 등에 거듭 고개를 숙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도 정권이 사실상 바뀌는 것"임을 풍기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지율은 여전히 윤 후보에게 근소하게 열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후보는 숨만 쉬어도 높은 지지율을 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대놓고 각을 세울 수도 없다. 이 후보 지지율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낮다. 이 후보의 딜레마다.


"이재명과 문 대통령, 무슨 상관?"

이에 민주당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프레임 다시 짜기'를 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대선은 회귀적인 정권심판이 아닌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의 한준호 수행실장은 12일 "지난 대선에선 정권을 바꾸고 싶어서 문재인을 찍었고, 이번에는 나라를 바꾸고 싶어서 이재명을 찍겠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민주당은 "미래=이재명, 과거=윤석열"이라는 접근을 자주 사용한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를 분리하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는 10일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10일 "이재명 후보를 안 찍는다고 문재인 정권 심판이 되느냐. 둘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도 흠집을 내고 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를 두고 "언론이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본부장도 '정권교체를 원하나'라고 묻는 여론조사 문항을 "낙후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어떤 인물에게 어떤 나라를 맡길까를 물어보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