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남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퍼지던 전염세가 북부로 전이되면서 현지 최대 감염지로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방역 위기와 지방성(省)의 반발에도 국제선 항공 정상화에 몰두하고 있다. 방역완화를 더 이상 주저하면 자국 경제야말로 더 위태롭다는 판단 때문이다.
14일 베트남 보건부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전날 전국에서 1만5,34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사태 발행 이후 최대인 1만6,104명을 찍은 뒤, 1만5,000명대 확진세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확산은 베트남 정치·사회의 중심인 하노이시가 뚫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하노이시는 전날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처음으로 호찌민시(915명)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급증하는 전염세로 하노이시의 의료 시설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북부 최대 코로나19 치료 시설인 국립 중앙열대병원은 지난 5월 당시보다 3배 이상의 감염자가 몰리면서 병상이 이미 가득 찼다. 하노이 보건당국이 급하게 추가 치료시설을 지정하고 긴급 병동을 만들고 있으나, 중증 환자를 모두 수용하기엔 버거운 모습이 다. 열대병원은 한국 교민들이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치료받기로 협약을 맺은 병원이기도 하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지방정부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전날 북부 하이퐁시는 백신 접종 미완료자에 대한 공장 출근 등 외부 활동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부 다낭시도 지난 12일 역대 최대인 442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주요 지역을 레드존(위험)으로 설정하는 등 방역정책을 다시 강화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기조에 따르라"는 중앙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단 지역 안정부터 잡겠다는 취지다.
중앙정부 역시 뜻을 꺾지 않고 있다. 부득담 부총리는 최근 "보건과 공안, 정보통신부는 내년 1월 1일자 국제선 정상화 목표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의료 신고 소프트웨어를 서둘러 논의해 공표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베트남 입국자에 대한 일주일 시설 격리를 없애는 대신, 이들의 동선과 의료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담 부총리는 "이번 조치는 국제여객 수송을 복원하고 경제 및 관광산업 회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베트남의 국제선 정상화 대상은 한국을 필두로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9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