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에 놀란 정부, '자원안보 위기대응 모의훈련' 실시

입력
2021.12.14 15:53
석유ㆍ가스 등 수급 위기 상정 대비 훈련 실시
산업부, 기재부 등과 전해망간 점검회의도

‘요소수 사태’로 놀란 정부가 자원 수급 위기 발생에 대비해 점검에 나섰다. 글로벌 자원수급의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와 석유공사·가스공사·광해광업공단 등 자원공기업 3곳의 본사 상황실에서 ‘자원안보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지금까진 에너지원별로 단편적인 상황에 맞춰 훈련했지만, 처음으로 석유·가스·광물 등 여러 자원의 수급에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종합 대응훈련을 한 것이다. 이번 훈련은 에너지 공급망 위기 발생 상황을 가정하고 12일간의 대응 과정을 6시간으로 축약해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엔 석유·가스·광물 등 수급이 동시에 ‘위기’에 빠진 상황이 부여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간 지속돼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긴 상태에서 기상이변으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해 국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장기화로 국내 희토류 수급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자원 안보 위기대응 종합매뉴얼상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이날 훈련은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심화하도록 설정했다.

오후엔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3개 공기업 별로 2개의 돌발상황이 주어졌고, 이에 대한 긴급 의사결정 및 대응조치 등을 점검했다. 박기영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오전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생산기지를 방문해 가스공사의 훈련 상황을 참관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안보 핵심품목 TF 전해망간 점검회의’를 열고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탈황, 강도 증가에 주로 쓰이는 전해망간(전기분해 망간금속)은 고강도 경량합금강 원료로 자동차 강판에 주로 사용된다.

정부가 이렇게 자원안보 점검에 나선 건 최근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주요 자원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 천연가스나 석탄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제한,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가스 공급 갈등 등 에너지 지정학적 이슈도 자원수급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훈련 및 점검회의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자원개발’에서 ‘자원안보’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근거로 선제적 위기 식별을 위한 한국형 자원안보 진단지표를 개발하고 비상시 위기대응체계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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