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위기 아닌 기회로"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뉴런의 전략은?

입력
2021.12.15 04:30
14면
'뉴런 모빌리티' 재커리 왕 대표
"경쟁입찰로 업체수 줄여 공유 킥보드 숫자 제한 필요"
"스타트업은 외부 경쟁이 아니라 내부를 돌아보지 않으면 망한다"

가까운 거리를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인기를 끌던 공유 킥보드들이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전동 킥보드 이용시 원동기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안전모를 의무 착용하도록 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전동 킥보드를 무단 주차하면 강제 견인 후 견인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유 킥보드 이용률은 법 시행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는 공유 킥보드 업체 대표가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신생기업(스타트업) 뉴런 모빌리티를 창업한 재커리 왕 대표다. 그는 2016년 뉴런 모빌리티를 창업해 호주, 뉴질랜드, 영국을 비롯해 12개국에서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 3월 진출했다.

그는 업계 최초로 안전모가 달려 있는 공유 킥보드를 국내에 들여왔고, 주행 금지구역이나 위험한 상황을 전동 킥보드가 스스로 감지해 알려주는 기술도 최근 개발했다. 21일부터는 앱 공지를 통해 서울과 캐나다 일부 도시에서 겨울 추위를 피해서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고 공유 킥보드를 정비한다. 이 또한 안전을 위한 조치다. 서비스는 내년 봄에 재개된다.

그렇다 보니 국내의 전동 킥보드 규제가 오히려 그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왕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뉴런 모빌리티의 전략을 들어 봤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수년 간 대학에서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한 차량 연구를 했다. 이때 이동수단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무엇에 끌렸나.

"두 가지가 흥미로웠다. 하나는 이동수단의 개념이 소유하는 것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바뀌는 경향이었고, 다른 하나는 목적지 인근에서 간편하게 이용하는 최종(라스트 마일) 연결수단이었다. 특히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 시설이 조금 멀 경우 사무실이나 집 등 목적지까지 꽤 걸어야 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공유 킥보드 사업으로 이어졌다. 미래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다양한 이동수단 서비스를 이용해 움직일 텐데 그 중 하나가 전동 킥보드라고 확신한다. 초소형 이동장치(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기존 도시의 교통망을 확장하면서 교통 혼잡과 대기 가스 배출을 줄여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뉴런 모빌리티를 어떤 회사로 정의하나.

"전동 킥보드 운영업체이자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16년 창업 당시에는 관련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기준도 없어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초기 기업 중 하나다."

-뉴런이 다른 공유 킥보드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를 협력자로 본다. 지자체의 규제나 요구에 대립하기 보다 이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안전을 핵심 가치로 두고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다. 기업은 이용자를 보호하고 제품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 캠페인을 벌인다. 세계 최초로 전동 킥보드용 교체형 배터리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이용해 전동 킥보드에 부착된 안전모를 풀거나 잠그는 장치 등을 개발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손잡고 안전주행 및 이용자 교육 캠페인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개 이상의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12만대 이상의 공유 킥보드를 운영하며 경쟁을 벌일 정도로 치열한 시장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진출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동 킥보드의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한국의 변화가 매력적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를 통제하기 위해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전세계 여러 도시들처럼 경쟁 입찰 방식으로 공유 킥보드 운영업체를 선정해 마구 늘어나는 전동 킥보드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방식으로 주행 및 주차 문제 등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공유 킥보드를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

-다른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안전모 의무화 등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용자가 줄어든다고 우려한다.

"뉴런은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과 지난 7월 서울시가 도입한 전동 킥보드 불법 주정차 견인 조치를 지지한다. 이런 조치들이 이용자를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또 공유 킥보드 업체들에게는 안전 운영을 우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특히 안전모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장비다. 따라서 모든 공유 킥보드 이용자들은 안전모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 최초로 앱 제어식 안전모 잠금 기능을 개발한 이유다."

-최근 개발한 위험주행 감지시스템은 어떤 기술인가.

"전동킥보드 브레인으로 명명한 위험주행 감지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인도 주행이나 급커브, 미끄러짐 주행, 2인 탑승, 속도 방지턱에서 튀어 오르는 등 위험한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용자에게 바로 경고한다. 이를 위해 전동 킥보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고정밀 위치기술과 지오펜스 고속감지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했다."

-지오펜스 고속감지기술은 어떤 것인가.

"호주 브리스번시와 협업해 개발했다. 도시를 여러 개의 가상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로 전동 킥보드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급경사 지역에서 속도를 줄여 위험을 방지하고 정해진 주차 구역에 주차한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해 안전한 주차 문화를 장려할 수 있다.”

-이용자 안전을 위한 또다른 장치들이 있나.

"전복 감지기능이 적용돼 전동 킥보드가 쓰러졌을 때 자동으로 운영팀에 경고를 전달한다. 그러면 운영팀이 빠르게 해당 전동 킥보드를 찾아서 위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주행 중 넘어져 다쳤을 때 이용자가 앱으로 119를 부를 수 있는 응급지원 기능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안전을 위해 주행 경로를 이용자의 친구나 가족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는 공유 기능도 갖췄다. 여기에 이용자의 주행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 정책을 병행한다."

-당근과 채찍 정책을 어떻게 적용하나.

"이용자마다 주행 습관에 따른 안전 등급을 부여하고 여기 맞는 혜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좋은 주행 습관을 갖고 있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줘서 안전 운행을 장려한다. 예를 들어 안전모를 착용한 사진을 찍어 보내면 별도의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반면 위험한 주행 습관을 갖고 있거나 인도 주행, 2인 탑승, 불법 주차 등 금지행위를 반복할 경우 아예 전동 킥보드 이용을 금지시킬 수 있다."

-위험주행 감지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 있나.

"위험주행 감지시스템은 캐나다 오타와, 호주 브리즈번과 다윈, 영국 슬라우 등 4개 도시에서 1,500대의 전동 킥보드에 장착돼 6개월 간 시험 운영된다. 오타와에서는 차도나 자전거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고, 호주에서는 인도로 주행해야 하는 등 지역별로 전동 킥보드 규정이 달라서 각 지역에 맞도록 도로 감지 기술을 적용해 시험을 거칠 예정이다. 이후 6~12개월 간 이용자의 반응 등을 평가하고 기술 개선을 거쳐 선별된 기능을 한국의 전동 킥보드에 적용할 수 있다."

-도심형 비행체(UAM) 등 다른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한 사업에도 관심 있나.

"일부 해외 도시에서 공유 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 들여올 계획은 없다. UAM도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고 공유 자동차나 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 등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항상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은 없나.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이동 수단의 활용 방법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동 킥보드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됐다. 그 덕분에 우리도 상당히 성장했다. 다만 전염병의 대유행 상황에서 청결이 중요하므로 공유 킥보드를 소독할 수 있도록 필요 인력을 배치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병원 종사자들과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회사의 매출과 목표가 궁금하다.

"정책상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회사의 목표는 사람과 장소를 안전하면서 편리하고 재미있게 연결하는 기술기업이 되는 것이다. 뉴런의 향후 행보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키우고 걸러낼지 항상 고민한다. 스타트업은 다른 기업들 때문에 망하는 것보다 내부를 살피고 배우려 하지 않아 실패한다. 뉴런 창업 당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이렇게 많은 기술과 장치, 데이터, 대관 업무를 필요로 할 줄 몰랐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며 배웠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