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무현계·친문재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을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물밑에서 활동하던 그가 불려 나온 것은 민주당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 비해 이재명 대선후보를 도울 무게감과 영향력을 갖춘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는 여권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10월 이 후보 선출 이후 두문불출하던 이 전 대표는 13일 TBS 라디오에 출연했다. 선대위에선 상임고문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공개 행보는 그간 자제했다.
이 전 대표는 인터뷰에 응한 배경으로 "후보 혼자 열심히 하는데 다른 분들이 왜 후보 혼자만 뛰게 하느냐는 얘기들이 많았다"면서 "그게 아니라 그동안 비공개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진영 모든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 차원의 총력전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여권에선 '스피커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선후보 외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등이 정책과 청년세대가 반응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 후보만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 후보 외에도 누군가 상대를 꼬집어야 하는데, 마땅히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무를 중시하면서 전국 선거 경험이 적은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편했기 때문이다. 대선만 여섯 번째인 이 전 대표는 이를 보완할 적격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날 '빅 마우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를 "오합지졸이 아닌 오합지왕(王)"이라며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정권교체론이 높은 현 상황에 대해선 "일종의 착시현상", "언론의 호도"라며 반론을 폈다.
이 전 대표가 그간 공개 행보를 삼갔던 배경에는 청년·중도 등 외연 확장에 큰 소구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대선에서 외연 확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집토끼'로 표현되는 지지층 결집이다.
지난 6~8일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투표 참여 의향을 물었을 때 "반드시 하겠다"는 응답은 이 후보 지지자(86%)보다 윤 후보 지지자(92%)가 더 높았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의 외연 확장 과정에서 자칫 허술해질 수 있는 지지층 결집을 이 전 대표가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정치평론 은퇴를 선언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앞으로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견제하고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문 상왕의 등장이 과연 중도, 젊은 층 견인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이나땡(이해찬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