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총리직속 국제 인권문제 담당 보좌관’을 임명한 데 이어, 내년에는 외무성에도 비슷한 자리를 새로 만든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일본다운 인권 외교를 적극 진행해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고 압박하는 미국에 발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 행위를 규탄하고 해당 국가에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G2’로 부상한 후에도 자국민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통제하고, 공산당 고위 관리의 성폭행 '미투'를 폭로한 테니스 스타가 행방조차 묘연한 중국은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일본 내부의 인권 상황은 괜찮은가. 재일코리안에 대한 차별과 외국인 배척 문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상장 대기업의 회장이 공개적으로 차별 발언을 하고 회사에서 한국을 모욕하는 문서를 배포하는 행각이 버젓이 이뤄진다. 법 집행기관마저 차별을 부추긴다. 최근 주일 미국대사관은 일본 경찰이 외국인을 골라 불심 검문하는 관행을 트위터로 공개 지적했다. 홋카이도의 아이누족과 ‘부락민’ 등 자국민 중에서도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엄존한다. “재일코리안은 돌아가라”며 혐오 발언을 일삼는 우익은 특히 열성적이다.
이들의 반인권적 행태는 인터넷 악성 게시물이나 ‘헤이트 스피치’ 시위에 그치지 않는다.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재일코리안이나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흉기가 든 소포를 보내는 것은 가벼운 수준이다. 집을 알아내 불안감을 느끼도록 따라다니거나 감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난 7, 8월 우토로마을과 민단 아이치현 본부 등 한국 관련 건물에만 잇따라 방화를 한 용의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혐오를 방치하면 테러로 발전할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담당자를 만드는 데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나. 일본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정부기관이야말로 시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