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친위대를 전후 독일 상황과 히틀러의 이념이 낳은 산물이라 여기는 이들도, 만일 당신이 그들 처지였다면 학살 명령에 복종했겠느냐는 질문에는 모욕감을 느낄지 모른다. 히틀러를 구세주처럼 떠받든 6,700만 명(1936년 기준) 독일 시민의 전쟁 책임은 또 어디까지인가. 나는 일제 친일파들에 대한 21세기 민족주의자들의 격렬한 증오심을, 친일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과 별개로, 저 질문에 대한 성실한 성찰의 결과라 생각하지 않는다.
1963년 미국 하버드대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y Milgram, 1933.8.15~ 1984.12.20)은, 히틀러 친위대원이나 당시 독일 국민이 윤리적으로 열등해서가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권위·권력자의 부당한 명령에 쉽사리 복종한다는 걸 실험으로 입증하고자 했다. 이른바 '복종 행동 연구'였다.
그는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경우 기억 학습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려 한다며 피실험자 40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실험의 진짜 목적은, 연기자들로 구성된 학생들이 전기 충격에 고통을 호소할 경우에도 과연 피실험자들은 지시대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지 관찰하는 거였다. 그는 약 65%의 피실험자가, 학생의 고통에 아랑곳 않고 전압을 계속 올렸다고 밝혔다.
3년 계약직 교수였던 그는 이 실험의 비윤리성 때문에 1967년 하버드대에서 쫓겨났고, 뉴욕시티칼리지로 옮겨 1984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실험은, 방법론적 하자와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미군의 '미라이 학살' 등 반인륜 집단범죄가 빚어질 때마다 때로는 면죄부의 근거로, 때로는 리더의 책임을 더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근거로 인용되곤 했다.
밀그램은 생면부지의 시민도 약 6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이른바 '작은 세상 실험'(small-world experiment, 1969)으로도 유명하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사 메신저 서비스 분석을 통해 약 6.6단계면 가입자들의 네트워크가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