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정부는 이틀 지나도록 전혀 몰랐다

입력
2021.12.17 05:30
2011년 12월 17일 
열차로 이동하던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 
'위대한 계승자' 선포하며 김정은 3대 세습 공식화

편집자주

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100(2011)년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변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2011년 12월 19일 낮 12시, 북한 조선중앙TV '특별방송'에 검은색 한복을 입은 리춘희 아나운서가 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흐느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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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특별방송' 예고하자 뒤늦게 사실 파악에 나서

북한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내각 등의 공동명의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를 통해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발표문과 특별방송을 통해 이틀 전 김정은 위원장이 사망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나 군정보기관, 외교·안보라인 등 국가안보 관련 기관 어느 곳도 김 위원장 사망 이틀이 지난 19일 아침까지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북한 측의 '특별방송' 예고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실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사망을 보고받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지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천 수석으로부터 보고받은 시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종합병동' 불구 잇단 중·러 방문과 현지지도로 건강 악화

사망 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종합병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김일성 전 국가주석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던 데다가 당뇨병과 간질환, 만성신부전증까지 앓아왔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었다.

2008년 9월 초 김 전 국방위원장이 정권 수립 60주년(9월 9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확산했다. 하지만 이후 은둔 80일 만인 같은 해 11월 2일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 간 축구경기를 관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군부대 시찰, 각종 공연 관람과 현지지도, 해외 인사 접견 등 왕성한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사망한 2011년에도 열차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건강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후 그는 기업소와 공장, 사업소, 광산 등의 잇따른 현지지도에 나섰지만, 이는 결국 그에게 독이 됐다. 김 전 국방위원장은 17일 오전 평양이 아닌 지방 모처의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오던 특별열차 내에서 생을 마감한다.

94년 김일성 전 국가주석 사후 사실상 북한 권력을 잡은 지 17년 만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모든 권력은 3남인 김정은에게 세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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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기자
자료조사= 김지오 DB콘텐츠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