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헌재도 대법도 "공개해야" 결론

입력
2021.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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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1·2회 변시 합격자 명단 공개하다가
"탈락자 프라이버시 침해" 응시번호만 공개
변회 8년간 소송 끝에 "공개하라" 승소 확정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8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공개하라”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탈락자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간 사안이었지만, 사법부는 '변호사 직역의 공공성'을 이유로 공개 필요성이 더 크다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4년 “제3회 변시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앞서 제1·2회 변시 합격자 명단은 공개했으나, 2014년 1월 치러진 제3회 시험 합격자 명단부터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름을 빼고 ‘응시번호’만 공고했다.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어느 정도 특정된 집단(로스쿨생)이라 명단 공고 시 불합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름을 공개하면 탈락자가 누군지 쉽게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변회는 이후 법무부를 상대로 변시 합격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변시 합격자 성명은 공익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라는 취지였다.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한 사람들이 실제 자격이 있는지 쉽게 확인하려면, 합격자 명단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게 서울변회 주장이었다.

2015년 선고된 1·2심에선 모두 서울변회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변호사는 다른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성실성이 요구되며, 법률 전문직으로서 공적인 존재에 해당해 그 직무수행은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되므로 변시 합격 여부 및 합격연도 등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합격자 사생활 침해’ 주장에 대해선 “공개되는 정보가 불합격자들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정보공개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는 법원 판단을 존중해 2017년 12월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해 합격자가 결정되는 즉시 그 명단을 공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로스쿨생들이 “명단 공개 시 변시 합격·불합격 여부가 알려져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헌재가 효력정지를 인용하면서 2019년 제8회 시험까지도 ‘응시번호’만 공개됐다.

명단이 다시 공개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헌재가 “명단 공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9회 합격자 및 올해 제10회 합격자는 응시번호와 이름이 모두 공고됐다.

다만 헌재 내에서도 ‘명단 공개’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에 대해 위헌(5명)과 합헌(4명)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4명의 재판관은 “공공성을 지닌 전문직인 변호사 정보를 널리 공개해 법률서비스 수요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주고, 변시 관리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5명 재판관은 “명단 대조만으로 응시 및 합격 여부가 널리 공개되는 건 변시 응시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위헌 결정을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명단 공개 조항은 유지되고 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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