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N번방 방지법이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법률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비밀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18조를 언급하며 인터넷 이용자의 사적 대화가 검열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주장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일부 젊은 남성층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들의 표심은 얻을지 몰라도 성범죄 근절에 역행하고 젠더 갈등을 키우는 해악이 크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윤 후보는 “고양이 동영상마저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했다”며 “그런 나라가 자유의 나라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일 법 시행에 따라 카카오 네이버 등이 하는 일은 공유되는 동영상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불법 성착취물로 판정한 영상과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제보는 ‘불법 촬영물인지 비교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검열로 오해한 것에 불과하다. 불법 촬영물이 아닌 동영상은 당연히 공유되고, 대화 내용이 검열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윤 후보가 검열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적인 통신을 들여다보려면 영장을 통해야 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비약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법 개정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성착취물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오히려 텔레그램 등 일부 해외 사업자에게 법 적용이 안 되고, 일대일 채팅이나 이메일은 동영상 식별을 안 하는 데다가, 새로운 성착취물은 빠져나갈 수 있어 실효성 문제가 더 크다. 윤 후보도 “N번방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라 했다. 그렇다면 검열이라는 있지도 않은 공포를 자극하기 전에 성착취물을 삭제 못해 목숨까지 버리는 실재하는 공포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재개정 주장은 성착취물 유통을 허용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권자를 호도하고 성범죄 피해자를 외면하면서 표를 얻는 그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