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유튜버가 되세요” 12세 아들 덕에 부자 된 인니 가족

입력
2021.12.12 16:15
사업 망하고 7년째 일용직 전전 
초등생 아들이 유튜브 채널 제안 
시골 일상 소개, 전보다 10배 벌어

위난디(36)씨는 2014년 고철 수집 사업이 망했다. 5년간 운영했던 사업을 접자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이후 그는 가족을 위해 농장, 공사장 등을 가리지 않고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수입은 적었고 그마저 불안정했다. 집이 도시에서 30㎞나 떨어진 시골이라 일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열두 살짜리 아들 켄진군은 그런 아버지가 안쓰러웠다.

골몰하던 켄진군이 아빠에게 제안했다. "유튜버가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대요. 아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요." 위난디씨는 아들의 부탁을 무시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순진한 아들은 아빠를 볼 때마다 졸랐다. 결국 아빠는 유튜브를 하는 지인들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 뒤에야 아들에게 선포했다. "좋아, 하자. 단 대충대충 하지는 않을 거야."

아들 켄진군이 '촌스러운 가족' 또는 '시골에 사는 가족'을 뜻하는 유튜브 채널 '클루아르가 은데소(Keluarga Ndeso)'를 만들고 4월 16일 첫 동영상을 올렸다. 아빠 위난디씨는 아내 아닝 누르타티아(35)씨의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 두 달 동안엔 죽순볶음, 바나나칩, 바나나꽃봉오리볶음 등의 시골 요리를 아내가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죠."

매일 두 개의 영상을 올리느라 곧 소재가 바닥났다. 위난디씨는 채널 명칭에 걸맞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온 가족이 함께 매달렸다. 자신이 곡괭이질하는 모습은 아내가 찍어주고, 동영상 편집은 아들이 돕는 식이다.

구독자 수는 빠르게 늘었다. 하루 최대 2,000명이 구독하는 등 개설 8개월 만에 5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은 수천만 루피아(수백만 원)에 달한다. 사업이 잘 될 때 벌어들인 돈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위난디씨는 "고철 수집은 적자를 볼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위난디씨는 카메라 등 고가의 장비 대신 최근 염소 두 마리를 샀다. 염소를 키우는 장면도 동영상의 주요 소재다. "여전히 휴대폰에 의지하고 있어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등 시골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하죠."

위난디씨 부자(父子)가 부자(富者)가 된 사연은 최근 동부자바주(州) 블리타르 지역 팡궁르조 마을의 성공 사례로 콤파스닷컴에 소개됐다. 농경지나 일자리가 없는 시골 주민들에게 유튜브뿐 아니라 디지털기술과 인터넷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