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의료 대응 체계… 수도권 병상 대기자 1500명 넘었다

입력
2021.12.11 11:37
사흘 만에 2배 가량 급증
재택 치료자 2만 명 넘어 관리 인력 부족
"중환자 조기 파악 불가" 사망자 증가로 이어져

수도권 병상 부족 사태로 코로나19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1,500명을 넘어섰다. 재택치료 대상자도 연일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 그물망이 느슨해지면서 사망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병상 배정 대기자는 1,50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병상 배정 대기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1일 842명에서 2일 915명으로 늘어난 뒤 며칠 주춤하는 듯했으나 5일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고, 6일에는 비수도권인 강원에서도 병상 대기자 30명을 포함해 1,000명을 돌파(1,012명)했다. 이어 10일 1,258명으로 치솟더니, 이날 1,508명으로 또 다시 껑충 뛰었다. 8일부터 따지면 불과 사흘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병상 배정 대기자는 중증도가 높지 않은 환자지만 70세 이상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질환을 앓고 있어 언제 상태가 악화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병상 배정 대기자는 지난달 26일에도 1,310명까지 급증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행정명령을 동원해 병상 확충을 실시해 다시 1,000명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일 비수도권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약 1,700개 병상을 확보하는 등 총 2,000개 가까운 병상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병상 확충 속도가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기는 힘든 형편이다.


정부가 병상 부족 타개를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재택 치료를 전면 의무화하면서 재택 치료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하루 1,000명 꼴로 증가해 10일에는 2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재택 치료를 관리할 인력마저도 부족해 갑자기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집에서 숨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신규 사망자가 사상 최다인 80명까지 늘어나는 등 최근 사망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정부는 중형 병원에 더해 동네 의원까지 재택 치료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될 지는 미지수다.

인력 부족 탓이 크긴 하지만, 정부의 재택 치료 방향이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재택 치료자 모니터링에 의사 외 다른 의료 직역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중환자를 조기에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산소포화도나 발열 체크만으론 증상 악화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재택 치료 시스템에서 중환자 급증은 시간 문제고, 의료 현장의 과부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