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속 동맥혈관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막히는 질병이다. 뇌 속 동맥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부족해져 허혈성 증상이 생긴다. 또한 부족한 혈류량을 보전하기 위해 새로 생긴 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생기고 서양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환자의 15% 정도는 가족 가운데 이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
혈관이 좁아지면 부족해진 혈류를 늘리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란다. 이 미세 혈관 모양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1969년 일본 스즈키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로 병명을 붙였다.
여성에게서 1.8배 더 많이 발생하고, 10세 전후 어린이와 40~50대 성인에서 상대적으로 흔히 발생한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국내 어린이 뇌졸중의 주원인”이라며 “성인의 경우 뇌출혈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모야모야병 증상은 두통이나 마비 증상, 감각 기능 저하나 언어장애, 시각장애, 경련, 의식 저하, 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하다.
어린이의 경우 뜨거운 국물이나 음식을 먹을 때 날숨을 몰아서 쉬거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면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 과호흡으로 인한 뇌혈류 감소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밖에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거나, 더위나 사우나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탈수됐을 때도 뇌혈류량이 바뀌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 모야모야병은 진행이 빠르고, 어른 모야모야병은 다소 천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유전적인 원인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모야모야병 증상을 보인 환자 대부분은 뇌졸중 위험이 크고 뇌졸중 재발률도 높다. 특히 어른의 경우 23%는 뇌출혈, 33%는 뇌경색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유전체 연구 결과로 몇 가지 의심 유전자가 발견되긴 했지만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동규 교수는 “10~15%의 환자에서 가족력을 가지고, 특히 어머니 쪽으로 가족력이 있을 때가 많다”며 “다만 한 개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모야모야병 확진과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모야모야병은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Brain MRA)이나 뇌컴 퓨터단층혈관조영술(Brain CTA), 카테터 뇌혈관조영술로 진단한다.
두개 내 양측 내경동맥 말단 부위나 주요 가지 동맥의 점차적인 폐쇄로 모야모야 혈관이 자라나게 되는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뇌혈역학적 검사(SPECT)를 통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치료 방침을 정한다.
치료는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허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급성기에 뇌경색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제(항혈전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여가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수술적 치료는 두개 내 뇌혈관 폐쇄나 협착으로 인한 혈역학적인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뇌 바깥 부분의 혈관을 뇌혈관과 직ㆍ간접적으로 이어주는 수술인 혈관 우회로 수술이 대표적이다. 또 혈역학적인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개 내 동맥류나 가성 동맥류의 색전술 치료가 시행된다.
어린이 환자의 경우 대부분 수술적 치료인 혈관 우회로 수술이 시행된다. 반면 성인은 허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약물 치료와 함께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출혈성 모야모야병은 최근 수술로 많이 치료하고 있다. 증상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할 때가 많다. 하지만 혈류가 저하되거나 뇌출혈 위험이 높으면 예방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장동규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뇌졸중 빈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고 뇌출혈 발생 시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다”며 “따라서 모야모야병 가족력이 있거나,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게 되면 무증상이더라도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