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방문해 "저는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라며 야권 후보는 물론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야당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TK에서 현 정부와 선 긋기를 통해 '인물 경쟁력'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부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3박4일 간 TK 순회에 나선 이 후보는 경주 황리단길에서 열린 즉석연설에서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이같이 강조했다. TK 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뿌리 깊은 비토 정서를 '인물 경쟁력'과 '현 정부와의 차별화'로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방역 잘 한다고 칭찬 받는데 방역 그거 누가 했나, 사실 여러분들이 했다"며 "나라가 뭐 마스크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하나 줬느냐,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실정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서울 집값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 공급을 늘렸어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다 보니 동티(재앙)가 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해서는 "이런 복잡한 시대에 무능과 무지는 죄악"이라며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고 5,200만 명의 엄청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나 모른다, 잘 모른다, 그냥 물어가보면서 하겠다'고 그러는데,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데 가서 물어보고 그러면 이게 나라가 꼴이 되겠느냐"라고 비꼬았다. 27년 간의 검사 경력만으로 윤 후보의 정책역량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TK의 '박정희 향수'에도 호응했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박정희 이상의 새로운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이에 앞서 TK 순회의 첫 행선지로 경북 경주 표암재를 찾았다. 자신의 본관인 '경주 이씨'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남색 한복을 입고 등장한 이 후보는 붉은색 관복으로 갈아입고, 부인 김혜경씨와 경주 이씨 시조로 알려진 알평공에 참배하고 대선 출마를 고하는 의식을 치렀다. TK와의 지연뿐 아니라 혈연을 의식한 행보였다.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는 한편,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TK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표심에 구애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제가 자부심을 갖는 고장"이라며 "현실적으로 볼 때도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이 갖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또 "대구도 경제 성장이 느리고 수도권과 비교해 차별을 받았다"며 "정부도 투자를 좀 해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