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폭증에... 선별진료소마다 'ㄷ' 'ㄹ' 'ㅇ'자 행렬

입력
2021.12.11 17:00



코로나19의 거침없는 확산으로 전국 선별검사소 앞에 검체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소 또는 임시 선별검사소 앞 검사 대기줄은 일일 신규 확진자수의 증가와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최근의 검사 건수 폭증 사태는 대기줄의 형태까지 바꿔놓았다. 선별검사소가 자리 잡은 광장이나 주차장, 공터의 수용 공간에 한계가 있다 보니, 사람이 몰려들수록 행렬의 모양이 'ㄱ'자에서 'ㄷ'자로, 다시 'ㄹ'자로 꺾이고 또 꺾였다. 건물을 한 바퀴 감아돈 것도 모자라 인근 지하도까지 이어지는 '진풍경'도 속출한다.

1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위드코로나 시행 초기만 해도 보건소 건물 한쪽 면을 따라 늘어서는 정도였던 대기줄은 확진자 수 증가와 함께 점점 길어져 이날 인근 지하도까지 내려갔다. 길이만 총 200~300m에 달하는 대기 행렬은 어느새 'ㄹ'자 모양을 하고 있었고, 방역복을 입은 보건소 관계자들이 보건소를 벗어나 공원과 지하도까지 나와 시민들을 안내해야 했다.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광장이나 공원 등에서도 시민들의 줄서기는 계속된다. 7,17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서강대역 광장에도 'ㄷ'자 모양의 긴줄이 생겼고,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ㅁ'자 모양으로 광장을 포위하듯 줄을 지어 대기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용산역광장에 비닐하우스를 등장시켰다. 겨울철 실외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민들을 위해 비닐하우스로 터널을 만들어 찬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전수검사가 이루어진 울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뛰어노는 아이들 대신 검사 대기줄이 만들어졌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선 잔디를 따라 반원을 그리듯 시민들의 검사 행렬이 이어졌다.







짧은 기간 검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해가 진 후에도 검사 대기줄은 줄지 않는다.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선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에도 차량 행렬이 늘어서면서 인근 도로가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이날 인천 미추홀구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에선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이 학교 건물을 둘러싸기도 했다.

신규 확진자 수 전국 최다이자 연일 최고치까지 경신하고 있는 서울 지역의 경우 위드코로나 시행 초기만 해도 여유가 있던 선별검사소의 검체 채취 여력이 지금은 대다수 한계에 달하고 있다. 서울 시내 선별검사소 혼잡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서울맵'을 열면 초록색 계통의 '보통', '여유'는 찾아볼 수 없고, 붉은색의 '혼잡'이 지도를 온통 뒤덮고 있다. 9일 서울 마포구청 선별검사소에선 의료진이 '접수 마감' 피켓을 들어 보이며 몰려드는 시민들을 다른 보건소로 안내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진도 대기하는 시민들도 하루하루 지쳐간다. 선별진료소 내부에서는 의료진들이 틈틈히 스트레칭으로 지친 몸을 풀기도 하고, 대기자들 중엔 아예 간이 의자를 펴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