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선 넘었다" 미얀마 시민들, 8개월 만에 가게 닫고 '침묵 시위'

입력
2021.12.10 16:00
민간일 학살·수치 유죄 선고… 시민들 분노 정점 
"현실에 안주 않는 미얀마인 모습 보여 주겠다"


"적극적으로 침묵하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쿠데타 군부의 통치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얀마 전역이 침묵에 휩싸였다. 반(反)군부 저항 의지를 강조하는 슬로건 아래, 전국의 시장과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시민들은 같은 날 오후 4시까지 집 밖으로 나오는 것도 자제했다. 거리에는 그 흔한 오토바이와 차량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군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게시물이 넘쳐났다. 지난 3월 24일,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첫 '침묵 시위'가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에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다시 뭉친 것이다.

군부는 침묵하는 시민들을 협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마궤주(州) 등 주요 도시에 파견된 정부군은 이날 도심 내 가게들을 일일이 찾아 "영업을 당장 재개하라"고 윽박지르는 데 바빴다. 하지만 가게 안 시민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양곤에서 침묵 시위 참여 유인물을 돌렸던 한 활동가는 "최근 군부가 선을 너무 많이 넘었다"며 "유인물을 받은 시민들 모두 정말 화가 많이 나 있었고, 침묵 시위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들의 집단 행동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군부의 만행 때문이다. 군부는 5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겨냥, 군용 차량을 돌진시켜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음 날 군부 지배하에 있는 법원은 수치 고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7일에는 정부군이 사가잉주 살링기시(市) 도네또 마을 주민 11명을 산 채로 불태우기도 했다. 쌓여 가던 분노는 폭발했고, 민주 진영은 이를 전국적 침묵으로 발화시켰다.

만달레이 지역의 한 시위 지도자는 "침묵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며 "이번 침묵 시위를 통해 미얀마인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이후 평화 시위 대신 정부군과의 전방위 무력 투쟁으로 대응 방식이 전환됐으나, 시민들의 반군부 정서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