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근로시간·급여 제약 땐 플랫폼 노동자도 '피고용인'으로 인정"

입력
2021.12.10 19:45
EU 집행위원회, 플랫폼 노동자 규정 입법안
"5개 기준 중 2개 충족하면 '피고용인' 해당"
노동계 "플랫폼 노동자 근로여건 개선" 환영 
우버 "일자리 감소→소비자 비용 증가" 반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유럽연합(EU)이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이날 '플랫폼 노동에서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안'을 발표했다. EC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상황에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C는 이번 입법안을 통해 플랫폼기업에서 고용 관계를 분류하는 기준 5개를 제시했다. △노동자 급여 수준 결정 여부 △노동자 용모와 품행에 대한 기준 설정 여부 △노동자 업무수행 감독 여부 △노동자 업무와 노동 시간 제약 여부 △제3자를 위한 노동 제한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노동자의 근무 형태가 최소 2개를 충족하면 플랫폼기업은 법적으로 '고용인'으로 간주되고, 플랫폼 노동자는 '피고용인'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피고용인으로 분류된 이들에게는 각국 고용법에 따라 최저임금, 단체교섭, 근로시간 및 건강보호, 유급휴가, 실업 수당 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 형태에 대한 입증 책임은 '노동자가 아닌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회원국 동의를 거쳐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유럽 내 약 15곳의 플랫폼기업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170만~550만 명이 자영업자에서 '피고용인', 곧 근로자로 자격이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C의 입법안이 발표되자 노동계는 환영을 표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오랫동안 플랫폼기업들이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고용주로서의 기본적 책임을 회피한 채 이윤을 챙겨 왔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플랫폼기업들은 즉각 반발했다. 승차공유업체 우버는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유럽에서 25만 명의 택배 기사와 13만5,000명의 운전사가 일자리를 잃게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지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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