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자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2회 접종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기 힘들지만, 3차 접종 땐 항체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와는 다소 배치되는 연구 결과가 있어, 화이자 등의 주장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날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 2회 접종자의 중화항체 효력을 현저히 감소시키지만, 부스터샷을 맞으면 항체가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부스터샷으로 향상된 항체 수치는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백신) 효능 감소를 상쇄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초기 실험 결과의 잠정 결론이었다.
화이자는 이를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를 ‘무력화(neutralise)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백신 3차 접종이 보호 능력을 극대화하는 건 분명하다”며 “2회 접종도 여전히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유발되는 중증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부스터샷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오늘 아침 좋은 소식이 있었다”며 “현존 백신이 오미크론으로부터 (접종자를) 보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화이자의 실험실 보고서가 나왔는데,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이자 측이 내놓은 연구 결과와 엇갈리는 보고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병원 실험실의 (다른) 연구 결과, 백신 3차 접종을 한 이들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 반응은 델타 변이에 대한 그것과 비교해 37배나 낮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백신은 델타 변이보다 오미크론 변이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의미다. ‘오미크론 변이 맞춤형 백신’의 개발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더구나 부스터샷 이후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돌파 감염 사례도 적지 않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내 19개 주에서 43명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며 “4분의 3 이상이 백신 접종자였고, 3분의 1은 부스터샷까지 맞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소한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선 ‘기존 백신 무용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백신 판매를 위한 제약사의 ‘상술’일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