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보다 젊은 탈(脫)기득권 정당'을 목표로 정당 혁신 추진위원회를 띄웠다. 2030세대 외부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추진위는 향후 6개월간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강조하는 '부패 기득권과의 전면전'을 후방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공연시설에서 열린 정당 혁신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제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민주당이 매우 느려진 것 같다, 기득권이 된 것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국민들이 많은 의석을 가지고 당면한 현안 과제를 신속·과감하게 처리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못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불신의 원인이 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충분히 논의해 가시적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며 "많은 국민이 민주당이 변화한다고,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당의 주인은 당원인데 당원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당인지에 대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혁도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위원장은 30대 초선인 장경태 의원이 맡았다. 그는 인사말에서 "30대 당대표가 나올 수 없는 정당, 역동성 없는 정당, 민심과 달리 진정성 잃은 정당,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국민의 신뢰도 당원의 지지도 없다"며 "완전히 국민에게 맞춘 과감하고 날렵한 개혁이야말로 민주당의 역사이며 이재명 정신"이라며 이 후보의 쇄신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췄다.
추진위는 향후 △의원 면책특권 폐지 △의원 3선 연임 초과 제한 △당 지도체제 개편 △2030 가산점 50% 부여 △전 지역구 청년 의무공천 등을 논의 주제로 예고했다. 이 중 면책특권 폐지는 이 후보가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강조해온 '이재명표 개혁방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진위와 관련해 "사실상 이 후보의 '개혁 이미지'를 강화하고 그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 대해선 무공천 원칙을 다시 세우고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반성과 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안들이다.
추진위원 2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외부인사로 꾸려졌다. 스포츠비즈니스를 전공하는 2002년생 대학생 김어진씨, 유튜버로 활동 중인 1990년생 지경훈씨, 인터넷 마케터로 일하는 1990년생 오성일씨와 1970∼1980년대생 교수와 작가,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정당 개혁을 위해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를 포함한 국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이 후보는 내년 3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무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기자회견 직후 무공천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내년 3월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남구,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이다. 이 중 안성과 청주 상당은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재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전당원 투표까지 실시해 공천을 밀어붙였으나 참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