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 2년... "지구촌 대응능력 38.9점뿐, 새 팬데믹에 준비 안 됐다"

입력
2021.12.09 21:00
존스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 보고서
美 195개국 중 1위… 韓 9위 상위권

만일 제2, 제3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온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아니오’라는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 이제 만 2년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각국은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발빠르게 대응할 준비가 안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감염병 예방·대응 능력은 평가 대상 195개국 가운데 9위(100점 만점 중 65.4점)로 최상위권이었지만, 전체 평균은 30점대에 그쳤다.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볼 땐, 취약한 보건 환경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노출됐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존스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와 워싱턴 싱크탱크 핵위협 이니셔티브가 공동 발표한 ‘글로벌 보건안보지수’ 보고서에서 ‘지구촌’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195개 나라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는 38.9점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40.2점과 비교하면, 지난 2년간 글로벌 보건 위기를 겪었음에도 오히려 대응 능력은 후퇴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8월~올해 6월, 전 세계의 △예방 △탐지 △대응 △보건 체계 △국제 기준 준수 △위험한 환경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이뤄졌다. 가장 낮은 점수가 나온 부문은 평균 28.4점인 ‘예방’이다.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보건 위기에 역량을 쏟아붓는 동안, 새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113개 국가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질병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건 체계도 미흡했다. 80%에 달하는 155개 국은 감염병 대비에 거의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지 못했다. 10개 나라 중 7곳은 병원이나 보건소 수용력도 부족했다. 각국의 정치·안보 위험은 한층 높아진 반면,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낮아진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그나마 미국은 75.9점으로 세계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막대한 자본과 보건·의료 기술을 동원해 예방과 탐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 부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호주(71.1)와 핀란드(70.9), 캐나다(69.8), 태국(68.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역시 9위(65.4점)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의 예방 항목 점수는 48.8점으로 미진했지만, 탐지(73.8점) 등에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북한·예멘·소말리아는 19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문제는 195개국 가운데 80점을 넘은 나라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또 닥치게 될 보건 위기에 모두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됐지만, 세계는 위험할 정도로 향후 대규모 발병에 대해선 여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록펠러재단 팬데믹예방연구소 최고경영자(CEO)인 릭 브라이트 박사는 “이것을 ‘파멸적 보고서’라고 부르고 싶다”며 “세상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각국이 건강 안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국가 예산을 할당할 것을 촉구했다. 문건을 작성한 제니퍼 누조 존스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각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역량에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공중보건 위협으로 또다시 수십 년간 공포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