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발전 관점에서 한국사 연구 흐름 보니, 식민사관의 게으름도 보인다

입력
2021.12.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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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 역사학의 전환'

2년 전 일제의 강제동원이 역사왜곡이라 주장하는 식민사관을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 허상과 거짓을 알리려는 목소리도 컸지만 그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간 '한국 역사학의 전환'은 식민사관의 대척점에 있는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을 중심으로, 해방 이후 우리 역사를 다시 읽으려 한 한국사 학계의 노력과 성과를 조명한다. 이는 곧 식민사관의 게으름을 반증하는 역할도 한다.

저자 신주백은 1950년대까지를 다룬 전작 '한국 역사학의 기원'(2016)에서 한국 현대 역사학의 뿌리를 △식민성 △국사·동양사·서양사의 분절성 △한반도 분단체제에서 비롯된 분단성으로 꼽았다. 신간에서는 이런 특징을 학계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꺼내 든 '내재적 발전론'이란 용어를 '관점과 태도로서 주체적이고 내재적인 발전'으로 전환시킨다. 또 이를 기반으로 1950~1980년대까지 학계의 변화를 태동(1950년대), 형성(1960년대), 분화(1970~1980년대) 세 시기로 나눠 학술사라는 이름으로 살펴본다.

특히 이 '관점과 태도로서 주체적이고 내재적인 발전'의 맥락에서 접근해온 연구가 우리 학계의 고립된 활동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다. 북한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동시대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대면이든 글을 통해서든 동북아 지역에서 서로 교류했다는 점이 그 결과물의 당위성을 더 높인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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