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5·18은 민주주의를 피로 지킨 항거"... 호남 민심 '수습'

입력
2021.12.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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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청년들 만남도 
"공연·전시 관람 세금 공제 검토"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 지킨 항거다. 호남은 민주주의 발전에 엄청난 공로를 세웠고, 시대가 나아갈 길을 밝히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서울에 있는 광주전남향우회에서 한 말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는 보수 정치인의 성향을 가리는 리트머스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불러 중도 표심을 놓친 것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윤 후보는 5·18에 깃든 광주 정신을 폄하하는 강성 보수와 선을 그음으로써 역사 논쟁을 차단하고, 호남에 거듭 손을 내밀었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고, 전두환씨 사망 때 조문하겠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등 호남과 매끄러운 관계 맺기를 하지 못했다. 청년 인재로 영입한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5·18은 관점에 따라 폭동이라 볼 수 있는 면모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윤 후보는 호남 표심 앞에 몸을 낮췄다. 이날 향우회 초청 대선후보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호남은 내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구애했다. 2003년부터 2년간 광주지검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언급하며 "떠날 때 전별사를 잇지 못할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라고 했다. "정치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간 곳도 호남"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호남 홀대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공약,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남대 의대 분원을 곳곳에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보수 정당 대선후보가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에 초청된 사례는 창립 66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정상인, 아니 비장애인..."

윤 후보는 '약자와의 동행' 행보도 이어갔다. 서울 동숭동에 있는 소극장 플랫폼74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문화예술계 청년들을 만났다. 그는 "사교 모임을 할 때 작은 극장에서 젊은 사람들이 기획한 연극, 뮤지컬을 보는 것을 유행시킬 필요가 있다"며 문화예술 상품 구입에 대해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윤 후보는 문화예술계 청년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즉석만남에도 응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교통약자법 개정안 등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법령 정비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장애인들이 정상인과 똑같이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고 해야 한다"라는 지적을 받고 "비장애인"이라고 곧바로 정정하기도 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