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돌봄노동자들이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상대로 차별진정서를 접수했다. 양질의 돌봄 제공과 돌봄노동자의 좋은 일자리 제공 취지로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안에서조차 차별적 임금체계를 적용받으면서 저평가·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취지다. 행정직에 비해 여성이 대부분인 돌봄노동직의 임금이 낮게 설계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진정서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회 성 역할 구분에 따른 돌봄전통은 사회서비스가 노동시장에 들어와서도 사회적으로 낮은 인식을 받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적인 임금 체계로 고착시킨 것을 규탄한다"라고 주장했다. 사회서비스원은 요양원 등 사회서비스 기관의 90%를 민간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이를 정부에서 직접 책임져 서비스의 질 및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려 만들어진 기관이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전문서비스직 노동자(요양보호사·장애활동지원사 등)와 일반 직원(행정직)에게 각기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전문서비스직 노동자는 서울시 생활임금 기반의 임금체계, 행정직은 연봉제다. 결과적으로 연봉 인상률 등이 행정직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전년 대비 2021년 돌봄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은 생활임금 인상률과 같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행정직은 총인건비 기본인상률(0.9%)과 자연증가분(1.4%)을 합친 2.3%다. 이로 인해 서비스원 출범 직후인 2019년에는 비슷했던 양 직군의 처우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라정미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또 "직접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전문서비스직 노동자가 적용받는 서울시 생활임금은 교통비며, 식대까지 다 포함하는 포괄임금의 형태"라면서 "근속수당도 없어 아무리 오래 일하더라도 경력이 무의미하다"라고 했다.
이런 임금체계 차이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그 특성상 전문서비스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중추적 역할을 차지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등의 돌봄노동자들에 대해서만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여 차별적인 처우를 적용하는 것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운영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진정서를 통해 이런 처우 차이가 '여성지배직종에 대한 차별'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전문서비스직의 노동자들이 모두 여성은 아니지만 돌봄노동의 시장화 과정이나 현재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성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실질적으로 특정성별인 '여성'에 대한 차별로도 볼 수 있다는 것. 전체 돌봄노동자 중 여성은 10명 중 9명을 차지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호주의 사회서비스 노조는 돌봄노동 분야의 저임금이 '여성 집중 직무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탓이라고 보고 정부에 진정을 냈고, 2012년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뉴질랜드에서도 여성이 다수인 돌봄노동자들이 임금차별 관련 소송을 냈다. 소송 결과 2017년 4월 뉴질랜드 정부는 노조와 ‘돌봄 및 지원노동자 형평임금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