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 파견을 보류하고 그보다 격이 낮은 인사를 보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이징 올림픽 때 일본 정부가 각료 대신 문부과학성 산하 스포츠청의 무로후시 고지 장관이나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야마시타 야스히로 회장을 보내는 방안이 일본 정부 내에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각료보다 격이 낮은 인사를 보낸다는 구상이다.
앞서 중국은 올해 7월 도쿄 하계올림픽 때 체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거우중원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했기 때문에 일본도 이번에 답례를 해야 한다. 거우 국장은 일본으로 따지면 각료급이므로 일본도 같은 각료급 인사를 참석시키는 방안도 거론돼 왔으나,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서구에서 확대되는 상황에서 각료의 참석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정부관계자가 아닌 야마시타 회장을 파견하면 외교적 보이콧을 내세운 미국과 일정 정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는 중국 측의 대응이나 미국 이외 주요 7개국(G7) 동향 등도 주시하며 최종 판단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 내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으며, 각료 파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의견이 대세”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측의 주요 인사 파견은 체육 단체의 간부 정도로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 보조를 맞출 필요성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반발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형 ‘오미크론형’의 감염 확대 행방도 주시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각국의 요인 방문을 제한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보이콧 메시지를 내지 않고도 각료 파견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미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 소식이 전해진 후 기자들의 질문에 “올림픽의 의의라든지, 나아가 우리나라 외교에 있어서 의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국익의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역시 전날에 이어 8일 기자회견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