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1 5연패를 이끈 전북 현대의 '캡틴' 홍정호가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전북 '레전드' 이동국의 은퇴 이후 빈 주장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여러 스타 플레이어들을 한데 묶었다는 평가다.
홍정호는 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MVP를 수상했다. K리그1 감독 10명 중 6명, 주장 10명 중 6명의 선택을 받았고 취재기자 118명이 참여한 미디어투표에서도 56표를 휩쓸었다. 홍정호는 "전북이라는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감독을 만나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든든한 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에서 22승 10무 6패를 기록하며 K리그 최초 5연패, 통산 9회 우승의 대역사를 썼다. 전북은 38경기에서 71득점 37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최다 득점 1위이자 최소 실점 1위다. 전북의 단단한 조직력 뒤에는 경기 안팎에서 선수들을 챙긴 홍정호가 있기에 가능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 있는 수비가 돋보였다. 9월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선 이동준의 슛을 골라인에서 클리어링하며 패배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37라운드 대구전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라이벌 울산과 승점을 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지션 특성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어려운 수비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1997년 김주성 이후 24년 만이다. 홍정호는 "4년 전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성공하지 못한 선수' '많이 뛰지 못한 선수'라 찾아주는 팀이 몇 없었다"며 "그럼에도 믿어준 전북에 보답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올 시즌 제일 고생 많았던 감독님과, 초보 주장 밑에서 고생해 준 고참 형님들과 후배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감독상에는 선수, 코치에 이어 감독으로도 전북을 우승으로 이끈 김상식 감독이 선정됐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것은 조광래 감독, 최용수 감독 이후 세 번째다. 데뷔 첫해를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감독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공부하고 느끼는 한 해였다.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펼치면서 감독님들을 존경하게 됐다. 11명의 감독님 모두 올 한 해의 스승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제주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환산점수 기준 39.45점을 기록, 홍정호(48.98점)와 끝까지 경쟁을 펼쳤지만 아쉽게 MVP를 홍정호에게 내줬다. 이번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22골, 경기당 평균 0.65골을 기록, 득점왕과 베스트11(공격수 부문)에 오르며 연습생 신화를 썼다. 해외 용병이 아닌 국내 공격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2016년 정조국 현 제주 코치 이후 5년 만이다. 주민규는 "부족한 제가 상을 받을 수 있던 것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하다"며 "매 시즌 울산과 전북이 우승 경쟁을 하는 데 내년에는 SK(제주의 모기업)가 견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플레이어상에는 동료 선수 12명 중 7명의 선택을 받은 울산 설영우가 선정됐다. 울산대에서 고 유상철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설영우는 "지금은 하늘에서 보고 계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 저의 영원한 스승 유상철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꼭 우승이라는 선물로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