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지난 주말까지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을 8개, 준중환자용을 4개 늘렸다. 기존에 운영해온 중환자 병상 41개를 합하면 코로나19 병상이 53개가 됐다. 한 달 안에 추가 병상을 확보하라던 정부 행정명령을 이행하려면 지난 4일까지 29개 병상을 더 만들어야 했지만 공간과 인력 부족으로 결국 포기했다. 병원은 “코로나19 이외 기존 환자들을 보던 진료를 갑자기 중단할 수 없어 행정명령 이행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간을 연장한 계획서를 내놨고, 방역당국은 이를 승인했다.
상당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내년 1월 중순에나 행정명령에 따른 준중증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행정명령 당시 정부가 "3~4주 걸린다"고 했던 것보다 한 달 넘게 늦어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병상 대책 마련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5주간(10월 31일~12월 4일) 병상 대기 중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는 29명에 이른다.
6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달 중순까지 확충할 수 있는 코로나19 준중증 병상은 200개 정도다. 지난달 5일 중수본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소에 행정명령을 내려 4주 안에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준중증 병상 수 402개의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 약 200개가 다 확보되는 건 다음 달 중순에나 가능할 것으로 중수본은 내다보고 있다.
병상 확충이 늦어진 이유는 병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해서다. 행정명령 후 중수본은 각 병원들로부터 병상 확충 계획을 제출받았는데, 여기에는 △기존 비(非)코로나 환자들의 의료 공백 최소화 △코로나와 비코로나 환자 간 동선 분리 △코로나 환자를 돌볼 추가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한데 한 달은 너무 촉박하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본 관계자는 “병원들 일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5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국립대병원에도 준중증 병상 267개를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사례처럼 이 또한 병상 확보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수본 관계자도 “기존 비코로나 환자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비수도권 병상 확보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병상 고갈 상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325명,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727명이다. 수도권에서 982명이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중수본은 중환자와 준중증환자, 중등증 환자를 다 보는 거점전담병원을 경기 남양주, 서울 광진구, 인천 등에 각 1곳씩 추가 지정하고 있다. 기존 거점전담병원(평택박애병원, 오송베스티안병원)에도 병상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환자·준중증 병상 100여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비수도권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병상 배정 대기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4일 4명에서 이틀 지난 이날 벌써 30명이 됐다. 지난 5일 오후 5시 기준 강원 지역엔 입원 가능한 중환자 병상이 없고, 경북과 세종엔 각 1개, 충북·충남·대전엔 각 2개씩만 남았다.
의료 대응 역량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건 방역당국도 인정하는 바다. 이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최근 한 주간(11월 28일~12월 4일) 수도권의 의료대응 역량 대비 환자 발생률을 '111.2%'라고 밝혔다. 바로 전주만 해도 89.5%였는데, 한 주 만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중환자 대응 능력이 수도권에선 이미 모두 찼다는 의미”라며 “전체 환자가 늘고 60대 이상 고위험군 비율이 높아지면서 의료대응역량이 빠르게 소비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방대본은 전국과 수도권 모두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유지했다.
최근 하루 5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한 만큼,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꺾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차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더라도 이를 통한 중환자 감소 효과는 내년에나 나타날 것이고, 이 때문에 행정명령을 통한 병상 확보가 이뤄져도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은 환자 발생 규모 자체를 줄여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일정 수준 더 강화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