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서 북한학과 교수로 1994년부터 재직했다. 내년이면 정년(퇴임)이다.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만들어지던 1차 북핵 위기 후 (30년 가까이 지나) 정년이 되도록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셈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 주최 북미관계 포럼에서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이런 한탄으로 입을 열었다. 인상적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 1992년 한중 수교 등으로 체제 존립 위기를 느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서면서 시작된 북핵 위기. 당시만 해도 북한의 핵능력은 미미했다. 곧 협상만 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미국의 양보 끝에 나온 제네바 합의 체제로 희망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욕심, 미국의 변심, 한국의 변덕이 문제였다. 결국 김대중부터 문재인, 클린턴부터 바이든까지, 역대 한미 정부가 30년간 노력을 기울였으나 북핵을 없애기는커녕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켰다.
고 원장은 첫 번째 실패 요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핵을 버리겠다는 김정은, 핵을 버리면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2019년 ‘하노이 노딜’이 대표적이다. 서로를 적대시하며 한쪽은 최대의 제재로 압박하고 한쪽은 핵과 미사일 개발로 대응해온 1953년 6ㆍ25전쟁 정전협정 이후 북미 불신 70년의 역사가 아직도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 전망도 밝지는 않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타협책을 멀리 하는 미국 대통령이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코로나19 핑계로 모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북한 지도자나 매한가지다. 종전선언이 채택된다 해도 그냥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걱정도 커진다.
현상유지가 최고라는 북미의 적대적 의존 관계를 끊어낼 지혜가 2022년 한국 정부에 절실해지고 있다. ‘과연 되겠냐’는 냉소를 넘어서는 게 우선 과제다. 북핵을 머리에 진 채 협상 실패 역사를 40년, 50년으로 늘려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