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 가족 비난 멈춰 달라"

입력
2021.12.0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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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이틀 만에 민주당 통해 입장문 공개
"폐쇄적 군 문화 등으로 신고 엄두 못 내
종교적 신념으로 홀로 책임지려 출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자진 사퇴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 측이 5일 자신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에 대해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지만 그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며 "어린 자녀와 가족에 대한 보도와 비난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가해자에게 사과 못 받았지만, 사랑으로 양육"

조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부단장인 양태정 변호사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했다. 조 전 위원장은 "2010년 8월 제3자의 끔찍한 성폭력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며 "폐쇄적인 군 내부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하여 외부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당시 조 전 위원장의 혼인관계는 사실상 파탄이 난 상태였기에 차마 뱃속에 있는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홀로 책임을 지고 양육을 하려는 마음으로 출산하게 됐다"며 "조 전 위원장은 성폭력 이후 가해자로부터 배상도, 사과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자녀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며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조 전 위원장은 첫 남편과 이혼 후 현 배우자를 소개받아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현 배우자는 물론 그 부모님께도 위와 같은 사실을 말씀드렸다"며 "그분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줬다. 그 노력으로 지금의 배우자, 자녀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자녀에 '혼외자' 주홍글씨"

조 전 위원장은 일부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과 자녀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도 밝혔다. 양 변호사는 "허위사실로 피해를 입은 차영구 전 정책실장 역시 가로세로연구소 등에 대한 형사 고소 등 법적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또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추측성 보도로 인해 조 전 위원장의 어린 자녀의 신상이 유출됐고, 그 결과 그에게는 같은 학교 친구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에게 혼외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게 됐다"며 "이는 심각한 아동학대이자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에 사정 이야기 못한 것은 죄송"

조 전 위원장은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와 국민들에게 사과 인사를 전했다. 양 변호사는 "조 전 위원장은 이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이재명 후보, 송 대표 및 민주당에 깊은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며 "또한 자신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처음 만난 송 대표, 김병주 의원, 이용빈 의원에게 여성으로서 혼외자에 대한 사정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가 영입인재 1호로 발탁한 조 전 위원장은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며 임명 사흘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위원장은 3일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자녀의 실명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비방죄)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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