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학원 다니려면 백신을 맞으라지만, 백신 맞고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일주일까지 쉬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수험생 입장에선 2, 3일 휴식도 큰 타격이죠."(소방공무원 수험생 김모씨)
6일 정부의 특별방역대책 시행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시설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원, 독서실, 문화센터 등 학습 시설이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되고, 유예 기간은 있지만 청소년도 그 적용 대상에 편입되면서 학생 및 수험생, 학부모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방역대책 시행을 하루 앞둔 5일 찾아간 서울 신림동 학원가에선 수험생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6)씨는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러 학원 가는데 사실상 접종을 의무화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공무원 지망생 김씨도 "백신 부작용이 걱정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내년 1월 시험이 끝난 뒤 맞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컸다. 만 12~18세 청소년도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이후 학원 출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이달 셋째 주부터 기말고사라 지금 당장 백신접종을 하기도 그렇고,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니 방역패스 시작일에 맞출 수 없어 고민스럽다"며 "애들한테 기말고사나 학원·독서실 이용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특별대책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서 시민 생활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용하는 약이 있어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대학생 A(26)씨는 "매일 음성확인서를 떼러 다니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방역패스 확대는) 사실상 접종 강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 문화센터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자녀와 서울 강북구 백화점을 찾은 권모(39)씨는 "서비스를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데 미접종자를 배제하는 건 부당하다"며 "남편이 백신을 맞지 않아 당장 아이와 아빠 둘이서는 문화센터를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6일부터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하는 시설들도 혼란에 빠졌다. 방역당국의 대책 발표만 있었을 뿐 실무적인 안내가 없었던 탓이다. 신림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신호창(58)씨는 "아직 교육청에서 구체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학원 원장 B씨는 "고시생 중엔 피처폰 사용자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QR 인증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곤란해했다. 강북구 소재 백화점 문화센터 역시 "방역패스를 어떻게 적용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방역패스 확대 적용의 적절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방역패스 강화는 백신 의무화가 아니라 미접종자 보호책"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보호가 아니라 접종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정책"이라며 "현재 확진자의 3분의 2가량이 돌파감염이라 백신을 맞았다고 사회활동을 재개하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