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향후 2~4주 안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수요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기와 인력을 더 준비하지 않으면 심장이나 폐 수술마저 어려워질 거라는 경고도 나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3일 “에크모를 사용 중인 코로나19 환자가 역대 최대로 증가하고 있어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환자 증가가 위중증 증가를 거쳐 에크모가 필요한 최위중 환자 증가로 이어지는 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김웅한(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 학회 이사장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역 강화 조치로 감염 환자 증가 속도가 감소한다 해도, 앞으로 2주에서 한 달 뒤엔 에크모 코로나19 환자 수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충분한 인적, 물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크모는 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다.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고농도 산소치료나 인공호흡기로도 생존이 불가능할 때 에크모를 적용하게 된다. 에크모 적용 후 국내 코로나19 환자 생존율은 40~50%로 알려져 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위중증 환자 1주일 평균인 680명의 10%를 넘는 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학회가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하지만 향후 2~4주간 에크모 코로나19 환자는 여기서 더 늘어날 것으로 학회는 전망하고 있다.
일반 중환자가 사용 중인 기기까지 치면 전국 에크모 410대 중 153대(37.2%)가 가동 중이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병원마다 예비 장비를 비축해야 하고 사용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 비율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동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 교수는 “지역별, 병원별 장비와 인력 부족이 현실화한다면 심장이나 폐 수술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에크모 부족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청과 함께 병원끼리 에크모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인 ‘에크모 신속협의체’를 지난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본보 10월 25일 기사 “에크모를 공공장비처럼” 위드 코로나, 중환자 살릴 네 가지 대책). 에크모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장비가 모자랄 경우 여유분이 있는 다른 병원에서 이송해오는 체계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5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다. 또 질병관리청은 에크모를 비롯한 중환자 치료용 의료장비 추가 비축을 추진하고 있다(본보 11월 10일 자 기사 ‘위중증 425명 최대치 초읽기… 인공심폐기 30여 대 긴급 구매).
학회는 이 같은 모든 상황을 고려한 ‘코로나19 에크모 치료 2차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