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대위 갈등 사태 나흘째,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는 '제주 담판'으로 극적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30일부터 '잠행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3일 제주도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운영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당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윤 후보가 직접 나서겠다는 거다. 이 대표 잠행 나흘 만이다.
윤 후보가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는 홍준표 의원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두 사람은 서울 모처에서 3시간 40분간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지난 달 5일 대선후보 경선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건 27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가 원팀 기조를 강조하며 홍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홍 의원은 일단 '이준석 대표부터 만나라'고 조언했고, 윤 후보 역시 '직접 찾아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홍 의원은 만남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윤 후보를 도와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니 (선대위 합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우선 이 대표와 푸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선대위 합류 첫 번째 조건으로, 이 대표와의 '화해'를 주문한 셈이다.
이 대표가 요구하는 '선대위 재건축' 방안에도 홍 의원은 힘을 실었다. 전날 밤 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늘 윤석열 후보께서 선배 검사 출신과 식사하는 자리에 와서 세 시간 정도 듣기만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내일 제주를 간다고 합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이재명 후보가 하는 대로 선대위 구성을 새롭게 다시 해보라고 조언만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다만 해당 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윤 후보가 제주를 내려가더라도 이 대표와 회동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 대표가 '빈손으로' 만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자신을 만나러 제주에 내려올 거라는 소식을 전한 취재진에게 "만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자신이 당무 복귀 조건으로 사실상 내건 '측근 정리'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또 실질적인 사전 정지작업 없이 보여주기식 회동에 대한 거부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윤 후보와)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이견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커서라기보다 문제를 맞닥뜨린 후 푸는 과정에서(갈등이 있었다)"며 "김 전 위원장이 원치 않는 시점에 원치 않는 인사를 보내 예우는 갖추는 모양을 보이되 실질적 이야기는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지속돼 (관계가)악화됐다고 생각한다"고 윤 후보 측의 갈등 해결 방식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6일 선대위 출범식 전에 극한으로 치닫는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박을 두 사람이 모를 리 없다. 이번 주말이 담판을 지을 마지노선인 셈. 관건은 이 대표가 요구하는 선대위 인선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윤 후보가 얼마만큼 수용할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