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겨울이다. 12월이 시작되자마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000명, 위중증 환자는 700명을 넘겼다. 둘 다 역대 최다 규모다. 예고된 수순인데도 정부는 방역 강화를 머뭇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까지 확인됐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멈춰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인천 부부와 이들의 지인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3명과 다른 일정으로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해외 유입 확진자 2명에게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한꺼번에 5명이 발생했다.
이들과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 이웃 주민을 비롯한 접촉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이미 지역사회에 전파됐다고 보고 방역 대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접촉자들을 계속 파악하면서 추가 역학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진행 중이다. 향후 2주간 모든 입국자들은 예방접종을 했어도 10일간 격리한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123명 발생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긴 건 처음이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도 723명으로 처음 7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서울·경기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시간대 역대 최다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이틀 연속 5,000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한 주간 국내 발생 하루 평균 확진자는 3,870.4명으로, 전주(11월 18~24일)보다 706.5명(22.3%)이나 늘었다.
거센 확산세에 병상은 고갈되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89.2%가 찼다. 서울은 345개 병상 중 313개(90.7%), 경기는 290개 병상 중 254개(87.6%), 인천은 79개 병상 중 70개(88.6%)가 사용 중이다. 비수도권 상황도 악화일로라 전국 가동률은 78.8%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중환자 병상 50여 개, 준중증 190여 개, 중등증 1,100여 개를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날처럼 매일 60여 명씩 위중증 환자가 늘면 연말쯤엔 다시 포화 상태가 될 거란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중환자 의료 체계가 붕괴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선 방역의료분과 위원들이 방역 강화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해왔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정부는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 “의견 수렴 중”이라는 설명만 반복했다. 모임 인원이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식으로 방역을 강화하면 위드 코로나 실패로 받아들여질까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후퇴는 없다’면서 스스로 만든 위드 코로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후퇴하자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잠시 멈춤으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한 뒤 다시 일상을 정상화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